<앵커>
방금 보신 이런 정책들을 뒷받침하려면 정부로서는 내년 예산이 확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이제 이틀 남았지만, 여야 협상은 법인세 인하 쟁점에 막혀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춰서 외국 자본도 유치하고, 대기업들 투자도 촉진하자는 여당과, 부자 감세 대신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법인세율만 낮춰주자는 야당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여야가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들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법인세 과표 구간이 4단계인 나라는 OECD에서 한국과 코스타리카 2개국.
전 정부에서 영업이익 3천억 원 이상 기업에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은,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아서 원위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여당 입장입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 (지난 9일) : OECD 국가들이 다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것이 우리 기업의 조세 국제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야당은 초부자 감세안이라 영업이익 2억 원 이하인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법인세 10%를 5억 원 이하 중소기업까지 늘리는 안이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박홍근/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은 가장 아래 구간인 중소기업, 중견기업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정부안으로 혜택을 보는 기업은 103개, 야당안은 5만 4천여개, 세수 감소분은 정부안이 2조 5천억, 야당안은 1조 7천억 정도로 예상됩니다.
진영 논리에 따라 내놓는 근거들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접점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투자가 0.46% 늘어난다는 KDI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렸을 때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별로 늘리지 않았다는 반론이 맞섭니다.
또 절대적 법인세율은 한국이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인데,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을 포함한 기업의 실제 부담은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특히 감세 정책을 취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냐에 대한 판단이 아예 실종된 점도 문제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자칫 재정정책과 엇박자로 해석되고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준경/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감세가 세계적인 추세는 아닌 거 같고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재정을 많이 썼기 때문에 재정도 확충을 해야 되고, 인플레이션도 지금 심하니까 아무래도 세금을 좀 더 걷는 식으로 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정부안대로 22%까지 내리되 2년 뒤에 시행하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유예' 중재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 안도 야당의 반대 속에 공방만 격화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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