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15층짜리 아파트에 며칠째 엘리베이터가 다니지 않아서 주민들 불편이 크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엘리베이터 운행이 전면 중단된 겁니다.
다른 데도 이와 비슷한 일이 많다고 하는데, 제보 내용 배성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80대 김준열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아파트 계단을 힘겹게 오릅니다.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12층 집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겁니다.
진료 예약된 병원만 두 곳, 200여 개에 달하는 계단을 하루 두 번 오르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준열/12층 주민 : 숨이 가쁘지. 지금 죽겠다니깐, 지금.]
지난 5일, 인천의 600여 세대 아파트에서 8개 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일제히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령층 거주자가 많다 보니 일주일 동안 아예 밖으로 나오지 못한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이순덕/5층 주민 : 하루 이틀도 이거 아니고 살 수가 있느냐고요. 그냥 입이 다 바싹바싹 마르고 죽겠어, 그냥 지금.]
택배는 물론 음식 주문 배달도 끊겼습니다.
[김명금/15층 주민 : 먹는 게 원래 무거운데 그거를 15층까지 사람의 힘으로 순전히 옮겨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정상 운행되려면 앞으로도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 부품 수급이 늦어져 9월 중순에야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 아파트는 3년 전에도 엘리베이터 정밀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조건부로 연장 운영해왔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 5년 전 10년 전에 계획을 해갖고 돈을 조금 인상해가지고 차근차근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걷었어야 하는데….]
지난 2017년 승강기 관련법이 개정돼 손가락 끼임 방지 등 7대 안전장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정밀안전검사가 한층 까다로워졌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들이 정밀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운행이 정지된 엘리베이터 수는 전국에 400대가 넘습니다.
고층 건물의 경우 극심한 불편이 불가피한 만큼 수리 계획을 제출한 곳에 한해 엘리베이터를 임시 운영하게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김준희, 화면제공 : 시청자 심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