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점령한 학원 차량
지난 9일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학원가 인근 도로에는 노란색 버스 10여 대가 약 220m 구간에 걸쳐 한 줄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대형 버스부터 승합차까지 크고 작은 학원 차량이 편도 3차로의 끝 차로를 완전히 차지하다 보니 주변 차량 흐름은 한눈에 봐도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황색 실선이 이중으로 칠해져 주·정차가 금지된 구간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학원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 중이었습니다.
이들 차량은 오후 3시 50분부터 차례로 도착해 학생들을 내려준 뒤 20여 분간 머물다가 오후 4시 15분쯤 다음 운행 등을 위해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에도 오후 늦게까지 해당 장소를 승하차 지점으로 삼아 상시로 오가며 불법 주정차를 반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오후 시간대마다 학원 차량들이 도로변 1개 차로를 점령하다시피 불법 주정차를 일삼아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청라에 사는 김 모(38)씨는 "평일 오후 4시쯤부터 학원 차량이 차로를 막아 직진과 우회전 차량이 뒤엉키며 길이 막힌다"며 "경찰과 구청, 학원 측에 전화를 해봐도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학원 측이 주정차 금지 구역을 승하차 장소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차량에 오르내려야 하는 학생들도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 현장에는 보행로와 차도를 분리하는 펜스까지 설치돼 있어 학생들은 버스와 펜스 사이 좁은 공간을 따라 위태롭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학원 관계자들이 안전 지도에 나서고 있었으나 단순 안내 수준에 불과해 근본적인 위험 요인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재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돼 있는 인천 청라와 송도 일대에서는 평일 퇴근 시간 전후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며 교통 불편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관할 구청들은 학원가를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 여건상 실제 적발을 통한 단속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무인 단속 카메라의 경우 대형 버스가 줄지어 서 있어 번호판 식별이 어려운 데다,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면 단속을 피할 수 있어 한계가 뚜렷한 실정입니다.
단속 차량이 현장에 나가더라도 운전기사들이 차량 주변에 상시 대기하다가 경고 방송을 듣고 차량을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구 관계자는 "학원 측에 교통 법규를 준수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현장 단속을 통해 최대한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