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30분쯤 울산 동구 서부동 성원상떼빌아파트 휘트니스센터 앞 공터는 빈 화분과 부엌칼 등을 손에 든 주민 1천여 명으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울산시가 지난달부터 시 전역에서 운영하는 'OK 생활민원 현장 서비스의 날'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시민이 가정에서 쉽게 해결하기 힘든 생활 불편을 주거지 인근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등 한 곳에서 해결해주는 자리입니다.
시는 시민 편의를 위해 전국 처음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날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무뎌진 칼을 다시 날카롭게 갈아 주는 '칼갈이 부스'였습니다.
부엌칼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손에 든 주민 110여 명이 행사 시작 전부터 부스 앞에 50m 넘는 줄을 섰습니다.
주민들이 번호표와 함께 가져온 칼을 바구니에 넣어 제출하자, 지역 퇴직자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그라인더 기계를 이용해 칼날을 날카롭게 벼렸습니다.
새것처럼 변신한 칼을 받아 든 주민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었습니다.
맡겨둔 칼을 돌려받으려고 기다리던 김미숙(58) 씨는 "보통 칼을 갈 수 있는 곳이 잘 없다"며 "자루당 5천 원씩 줘야 갈 수 있고 그조차도 해주는 곳을 찾기가 힘든데 관청에서 무료로 해 준다니 좋은 기회라 생각해 냉큼 왔다"고 말했습니다.
빈 화분을 가져오면 식물을 심어주는 '분갈이 부스'도 북적였습니다.
집 한구석에 뒹굴던 크고 작은 화분을 비닐봉지나 손수레에 싣고 온 주민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이 저마다 화분을 내어주고 받을 식물을 고르자, 봉사자들은 빈 화분에 식물을 심고 분갈이용 흙을 가득 채운 뒤 마사토까지 정성스레 덮었습니다.
분갈이가 끝난 화분을 주고받는 봉사자와 주민 사이에 "제가 정성껏 심었습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하는 훈훈한 인사도 오갔습니다.
고무나무가 심긴 화분을 들고 귀가하던 이 모(37) 씨는 "집에서 분갈이하려고 하면 바닥에 흙이 다 튀고 번거로운데 너무 만족스럽다"며 "집에서 놀던 화분인데 앞으로는 베란다에 두고 잘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파가 몰리며 칼갈이, 분갈이 등 인기 부스가 일찍 마감되자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 모(56) 씨는 "칼갈이와 분갈이를 하려고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번호표는 못 받고 건강 체크만 했다"며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점은 좋지만, 인기가 많은 분야는 좀 더 확대해서 운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이웃과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양 모(66) 씨는 "요즘은 옛날과 달리 아파트에 주민 잔치가 안 열려서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없었는데 칼도 갈고,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울산시 'OK 생활민원 현장 서비스의 날'은 오는 11월까지 5개 구·군의 읍면동 별로 순회 운영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