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병원 갈 때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합니다. 환자가 건강보험 자격이 있는지, 혹시 다른 사람 명의로 진료받는 건 아닌지 병원이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신분증 대신 휴대전화에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설치해서 그걸 병원에 보여줘도 됩니다. 그런데 이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다른 사람 휴대전화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고, 또 그걸 병원이 적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저희 취재 결과 확인했습니다.
박하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신분증 지참 필수란 안내 포스터가 붙은 한 내과 의원, 의원 협조를 미리 받아 모바일 건강보험증으로 진료 접수를 해 봤습니다.
건강보험증 QR 코드를 병원 기기로 인식하자 건강보험 자격 확인이 되고 문제없이 접수가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제시한 모바일 건강보험증은 본인이 아닌 동료의 것입니다.
타인 명의의 건강보험증을 병원에 제출했는데도, 걸러내지 못한 겁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모바일 건강보험증 앱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인증번호를 받아 본인임을 확인하면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미리 짜고 상대방 휴대전화에 인증번호를 받을 사람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여기로 오겠죠, (인증번호) 문자가.]
그렇게 받은 인증 번호를 전달해 휴대 전화에 입력하면 다른 사람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문제없이 설치됩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다면 다른 사람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명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두 명이 각자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한 사람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으로 여러 명이 진료받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엔 사진이 없다 보니, 병·의원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성혜영/내과 전문의 : 해외에서 입국하셔서 의료보험이 없다, 근데 옆에 사람 QR 신분증만 빌리면 된다, 공기계에다 그걸 깔아와서 그것만 내밀면 사실은 저희는 속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문의하자 건강보험공단은 통신사 인증을 본인 휴대폰으로만 인증 가능하도록 시스템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최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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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하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부, 문제점 사전에 파악 못 했나?
[박하정 기자 : 보건복지부는 오늘(17일) 오전에도 이 제도가 월요일부터 시행된다는 내용을 담아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당연히 이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7시간 뒤쯤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공단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을 수 없게 인증 시스템을 보완하는 걸 검토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명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여러 대의 기기에서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앞서 보셨던 것처럼 명의가 다른 휴대전화에 본인 확인을 받는 게 가능하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문제가 뭔지 파악을 해서 대책 마련을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Q. 개인정보 공유할 경우, 막을 방법은?
[박하정 기자 : 일단 건강보험공단은 두 사람이 작정을 하고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공유하는 것까지는 원칙적으로 방지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증 관리는 소지자가 한다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해도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확인을 해보니까 지난 5년 동안에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이용한 이런 사례가 연평균 3만 5천 건 정도 적발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허술한 본인 강화 제도로 이런 사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