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열린 한 마라톤 대회에서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중국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다른 선수들이 도와줬다는 건데, 실제로 대회를 뛰었던 한 선수가 이런 내용을 폭로했고 의심 가는 장면들도 화면에 포착됐습니다.
베이징 정영태 특파원입니다.
<기자>
지난 14일 열린 베이징 하프 마라톤 대회입니다.
중국 남자 마라톤 신기록 보유자 허제 선수와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 3명이 선두권을 형성합니다.
허 선수가 뒤처지자 한 선수가 연신 돌아보며 앞서 가라는 듯 손짓합니다.
너무 앞서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한 모습도 엿보입니다.
막판 백 미터를 남기곤 3명이 동시에 속도를 늦춥니다.
[베이징 하프 마라톤 중계방송 : 외국 선수들이 계속 허제 선수와 의사소통을 하네요? (격려하는 거죠.) 맞아요. 맞아….]
결승선 방향을 손짓으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베이징 하프 마라톤 중계방송 : 이 선수들 4명은 협력이 아주 잘 되는 것 같네요. 오늘 전 과정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네요.]
허 선수는 나란히 보조를 맞춘 세 아프리카 선수들보다 딱 1초 빠른 기록으로, 결국 우승했습니다.
[허제/중국 마라톤 선수 : 우리 중국 선수들을 믿으세요. 파리(올림픽)에서 세계가 우리 중국의 속도를 볼 수 있게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출발선부터 뭔가 상의하고, 경기 중간 허 선수를 호위하듯 둘러싸 바람 저항을 줄여주는 모습까지 포착되면서 승부조작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허 선수는 악성 댓글이 소름 끼친다며, 자신은 논란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한 케냐 선수가 일부러 져 준거라고 폭로했습니다.
허 선수가 하프 마라톤 중국 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미리 약속했다는 겁니다.
대회 주최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축구와 농구에 이어 마라톤 승부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중국 스포츠계 전체가 부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영상취재 : 최덕현, 영상편집 : 채철호, 영상출처 : 중국 BR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