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해 오던 전문 기구가 15년 만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최근 북한과 부쩍 가까워진 러시아가 유엔에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뉴욕에서 김범주 특파원이 전하겠습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감시해 온 전문가들의 임기를 연장하는데 실패했습니다.
15개 이사국 중에 열세 나라가 연장에 찬성하고 중국은 기권했는데, 러시아 혼자 거부권을 꺼내 든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을 조사해서는 1년에 두 번 심층 보고서를 내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우방국들이 제재를 어겼을 때 비판 근거가 돼왔습니다.
작년 9월 러시아 방문 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들었던 가방이 1천만 원에 육박하는 사치품인 걸로 보인다면서 출처를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자신들 잘못을 덮기 위해서 이 조사 활동을 막은 걸로 풀이됩니다.
북한에서 포탄 같은 군사적 지원을 받고, 유엔 제재를 어겨가면서 대가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몇억 원대 러시아 방탄차를 선물한 게 대표적입니다.
또 최근 들어서 대형 유조선으로 석유를 나르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미국은 바로 비판 성명을 내놨습니다.
[매튜 밀러/국무부 대변인 : 오늘 거부권을 쓴 건, 전문가들이 북한과 공모했다는 보고를 하는 걸 묻어버리려는 이기적인 노력이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반발했습니다.
[황준국/주 유엔 대사 :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걸 막으려고 CCTV를 부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일입니다.]
대북 감시 전문가들은 임기인 올 4월 말까지만 활동하게 됩니다.
대북 감시 보고서도 15년 만에 명맥이 끊기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적잖은 외교적 승리가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욱, 영상편집 : 정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