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갑자기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조사에 나선 당국은 역주행 방지 장치가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저희 취재 결과 당시 그 장치가 설치돼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사고가 왜 일어난 건지, 이 내용 배성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4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역주행하면서 10명이 다쳤습니다.
부속품인 감속기 기어가 마모된 것이 원인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주행 방지 장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12월 14일 통화) : 뒤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역주행 방지 장치를 저희들이 지금 설치 (추진)하고 있습니다.]
역주행 방지 장치는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미끄러질 때 이를 감지해 정지시키는 설비입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공사 측 해명과 달리 사고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야탑역 역주행 사고 이후 역주행 방지 장치 설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까지 5년간 대당 300만 원 정도의 역주행 방지 장치 1천여 대를 설치했는데, 경복궁역도 포함됐습니다.
공단 측은 설치돼 있었던 건 맞지만 인증받지 못한 제품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인증을 공단에서 안 해줬기 때문에 안 해준 제품들은 모두 다 미설치이고….]
설치 사업 당시 인증 제도가 운영 중이었는데, 권고 사항이다 보니 인증받지 않는 제품들이 설치된 겁니다.
[역주행 방지 장치 업계 관계자 : 역구동 장치라고 하지만 자기 기능을 못하는 걸 본 것 같고, 지금 기준을 놓고 보면 형편없는….]
서울교통공사는 2019년부터 대당 약 1천200만 원을 들여 인증을 받은 장치를 다시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증받은 장치가 설치됐던 수내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지난해 역주행 사고로 14명이 다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역주행 방지 장치에 대한 점검 문제를 지적합니다.
![에스컬레이터 부하 검사](http://img.sbs.co.kr/newimg/news/20240322/201910482_1280.jpg)
규정상 역주행 방지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무거운 추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어 점검하는 '부하 검사'도 하도록 돼 있지만, 설치 이후 '부하 검사'가 시행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조수억/서일대학교 디지털트윈엘리베이터학과 교수 : 장치가 설치되는 현장이 다 다르거든요. 동작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부하 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승강기안전관리공단은 노후된 에스컬레이터는 고장 우려 때문에 부하 검사를 하지 않았다며, 점검 대상을 선별해 부하 검사를 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서동민, VJ : 이준영·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