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근처에 있는 환구단은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대한제국을 선포했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자주독립의 상징이었던 환구단은 일제의 손에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는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환구단의 부속 건물인 황궁우만 남아 있습니다. 역사적인 중요성을 고려해서 환구단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데,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환구단 정문을 지나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환구단 부속건물인 황궁우가 보입니다.
일본식 정원처럼 잔디를 깔고, 석등을 세웠다는 지적을 받은 뒤 지난 2013년, 고증을 거쳐 전통방식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엉망입니다.
환구단을 둘러싼 석조울타리 곳곳에 시커먼 전선 여러 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환구단 인근 CCTV와 경사도와 진동을 측정하는 계측장비 등에 연결된 전기선들입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근대도시건축 연구회 회장) : 우리나라가 문화재 관리 수준이 이거 밖에 안되나? 라는 의심이 들 정도의 상황이잖아요.]
시민이 많이 오가는 앞부분은 그나마 전선을 매립했는데, 뒤편은 노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물리적으로도 또 다른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보호 설비 설치는 사실은 문화재 (보호)의 입장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겁니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실질적으로 환구단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 중구청은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1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 : 그렇게 관리를 하면 안 되는 건 맞는데, 저희가 이제 환구단 정비할 때 그걸 같이 좀 이제 정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공사는 내년 정도에 들어갈 예정이거든요.]
문화재에 대한 정기 조사를 시행하는 문화재청은 이런 실태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지난번에 갔을 때 이 뒤는 확인을 미처 못 했거든요. 지금 전선들이 좀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중구청 쪽에 자체적으로 안전장치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좀 마련하도록….]
지자체와 문화재청의 무관심 속에 대한제국 자주독립의 상징인 환구단은 오늘도 전선에 감겨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