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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조기 퇴원 · 입원 거부…환자들 병마와 싸울 의지마저 꺾여"

"강제 조기 퇴원 · 입원 거부…환자들 병마와 싸울 의지마저 꺾여"
▲ 전공의 대신 응급실 지키는 교수와 간호사들

"병원은 환자를 강제로 조기 퇴원시키고 수술도 50% 이상 줄였습니다. 응급실은 입원시킬 수 없다며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어서 오히려 폭풍전야 같이 불안함 가운데 고요하기까지 합니다."

서울 사립대병원 간호사인 A 씨는 어제(26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떠난 의료현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면서 지난주부터 집단으로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1만 명이 넘습니다.

A 씨는 "위중증 환자들이 간호사만 남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교수가 도착하기 전 간호사들이 제세동기를 가동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까지 발생한다"며 "응급 상황에 '콜'을 해도 의사가 바로 오지 못한다"고 증언했습니다.

A 씨는 교수와 간호사들이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밤에는 교수들이 자꾸 노티(의사소통)가 안 된다. 교수들도 낮에 풀로 뛰느라 피곤하니까 간호사들이 노티 하면 이런 걸로 노티 하냐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PA 간호사들은 의료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치료와 외래 진료, 수술에 손이 모자란 교수들을 대신해서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일주일 이상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급하지 않은 환자는 없다. 환자는 병원을 나가라는 말에, 수술과 입원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병마와 싸울 의지마저 꺾여 버리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병원 관계자가 환자를 옮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 사립대병원에서 일하는 PA 간호사 B 씨는 오히려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지방 병원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소에도 전공의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B 씨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비상 사태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지방병원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방 병원엔 원래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공석이었고, 그 공백을 PA 간호사들이 대신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로 PA 간호사들이 더 많은 의사 업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의사 아이디로 대리 처방을 하고 의무 기록을 작성하는 한편, 각종 시술이나 수술 등에 필요한 동의서를 작성하고 수술 부위 봉합과 봉합사 제거, 소독과 지혈까지 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병원은 병동 환자 처치를 위해 남자 간호사들로 구성된 처치팀을 만들어서 도뇨관을 삽입하게 하거나 항암 포트 니들 제거, 관장 등 침습적인 처치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환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진료 교수들이 처방 내는 법을 몰라 환자 퇴원이 하루씩 늦어지고, 투약 등 치료가 늦어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병원 이탈이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이로 인한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주말새 80대 심정지 환자가 의료진 부재와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겪다가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위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췌장암 말기로 서울대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은 한 환자는 설사 증세와 40도 이상의 고열이 이어지는 위독한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는데 암 병동에 입원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 환자의 동생은 "의사 파업으로 형이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며 "정부도 의사도 이해하지만, 아픈 사람들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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