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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차라리 벽지 발라라"…이집트 분노케한 피라미드 복원, 왜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부 복원 공사(사진=?@Dr.?Mostafa?Waziry)
4500년 전 고대 유적인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화강암으로 덮는 복원 공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는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Giza) 지역의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작은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외부 복원 공사를 추진 중입니다.

기원전 2490년경에 지어진 멘카우레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 124개 중 외벽 일부가 화강암으로 이뤄진 유일한 피라미드로,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침식과 파손 등 여러 이유로 화강암 외벽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에 이집트 관광청은 화강암층을 재구성해 피라미드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복원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무스타파 와지리 이집트 국가유물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올린 피라미드 복원 사업 영상이 확산되면서 이집트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부 복원 공사(사진=?@Dr.?Mostafa?Waziry)

와지리 사무총장은 "이번 복원 공사는 21세기에 이집트가 세계에 선사하는 선물"이라고 강조하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피라미드의 제일 아랫부분 외벽에 화강암 벽돌을 설치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기존의 석회암 피라미드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누리꾼들은 "4,500년이 지난 지금 피라미드를 바꾼다는 게 말이 되냐", "고대 유산을 가지고 디즈니랜드처럼 관광지로 만들지 말아 달라. 부디 과거 유산을 존중해 달라" 등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우는 계획은 언제 진행되느냐", "피라미드에 타일 대신 벽지를 붙이는 게 낫겠다"며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부 복원 공사(사진= AFP, 연합뉴스)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부 복원 공사(사진= AFP, 연합뉴스)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부 복원 공사(사진= AFP, 연합뉴스)

이번 복원 공사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도 비판했습니다.

이집트 고고학자 모니카 한나는 "이번 공사는 고대 이집트인의 작업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연구와 복원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집트 예술 및 건축 교수인 캐슬린 쿠니 역시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정면은 원래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 있는데, 이는 당시의 왕권과 정치적 상황을 알려주는 증거다. 이번 복원 과정을 거치면 모든 역사적인 데이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의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화강암 벽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합리적인 복원"이라면서도 "현재의 피라미드가 화강암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멘카우레 피라미드가 복원 공사에 돌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네스코는 이번 복원 프로젝트에 대해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며 이집트 당국에 공사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Dr. Mostafa Waziry,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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