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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불 난 아파트 1층서 13층까지 문 두드린 청년…참사 막았다

강서구 방화동 화재 대피 도운 청년(사진='MBN News' 보도화면 캡처)
"빨리 대피하셔야 해요! 나오세요! 나오세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참사로 번질 뻔했던 큰 불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1층부터 13층까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도운 청년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반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전체 150가구 중 100가구 넘는 가구에 고령자와 장애인 등 쉽게 대피하기 힘든 이들도 살고 있었으나, 당시 아파트 주민인 우영일 씨(23)가 발 빠르게 주민들을 대피시켜 큰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MBN 등이 공개한 아파트 CCTV 영상을 보면, 화재 당시 우 씨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맨발에 슬리퍼만 신은 채 황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강서구 방화동 화재 대피 도운 청년(사진='MBN News' 보도화면 캡처)

자신이 사는 6층에서 출근 준비를 하던 중 타는 냄새를 맡고 1층으로 내려온 우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불이 난 1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연기가 복도를 가득 메워 번져오고 있었지만, 우 씨는 연기를 뚫고 쓰러져 있던 고령의 주민을 대피시켰습니다.

이후 그는 아파트의 1층부터 13층까지 계단을 두 차례나 오르내리며 호수마다 문을 두드려 "빨리 대피하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놀란 주민들은 옷도 챙겨 입지 못하고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우 씨의 도움으로 대피한 주민 A 씨는 "젊은 총각이 '불났어요, 빨리 나오세요'라고 해서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마웠다"라고 전했습니다.

우 씨는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에야 아파트 밖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 씨는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그는 MBN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너는 크면서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소방 당국에 따르면 해당 불은 인력 108명과 장비 30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1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7시 49분쯤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발화 지점인 14층에 거주하는 주민은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뿌린 후 흡연을 위해 라이터를 점화하는 과정에서 불이 옮겨 붙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화재로 70대 여성이 대피 도중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이송됐다가 현재는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MBN New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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