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든일곱 살의 나이에 대학 신입생이 된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하지 못했던 공부를 초등학교 과정부터 차근차근히 배워나가 마침내 대학 입학이라는 꿈을 이룬 겁니다.
손기준 기자입니다.
<기자>
필기구를 잡은 주름진 손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종이에 써 내려갑니다.
누구에게는 쉬운 영어 문장일 수 있지만, 1936년생, 만 87세 김금자 할머니에겐 한없이 소중한 문장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잃은 김 할머니에게 남은 피붙이는 오빠뿐.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김금자 할머니 : 배울 수 있다는 거는 아예 생각을 못하죠. 우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무슨 배워요.]
어렵사리 남편과 만나 다섯 아이를 키웠지만, 배움에 대한 갈망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 2020년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김금자 할머니 (지난 2020년) : (초등학교까지 졸업하신 거니까 목표가 혹시 있으시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글쎄 전문대라도 가보는 것도 소원인데….]
이듬해에는 학력인증시설을 다니며 중졸 검정고시도 통과했습니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했지만, 김 할머니의 공부 열정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김금자 할머니 : 힘든지도 몰랐어요. 힘든지도 모르고 신나게 다니는 거지. 이제 글씨 하나만 이렇게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게 이게 신기하고.]
끝내 스스로 소원이라고 말했던 전문대 두 곳에 합격하며 김 할머니는 늦깎이 신입생이 됐습니다.
[김금자 할머니 : '내가 학교, 대학을 갈 수 있을까?' 하는 거. 흥분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그러지.]
김 할머니의 배움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김금자 할머니 : 안 배웠을 때하고 배웠을 때하고 이게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요. 세상이 옛날엔 깜깜했다면, 지금은 환하게 조금 보이는 것 같아.]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최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