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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아도 뒤쫓겠다"…위협 운전 피해 신고에 막말한 경찰관

"나 같아도 뒤쫓겠다"…위협 운전 피해 신고에 막말한 경찰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그냥 가요? 저 같아도 쫓아가요."

지난달 20일 오전 8시 45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북대로 장서리 방면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20대 초반의 운전자 A 씨는 2개 차로를 연속해서 변경하다가 사고를 낼 뻔했습니다.

2021년 운전면허를 딴 A 씨는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방향지시등은 켰지만, 충분한 안전 거리를 두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했고, 뒤이어 재차 차로 변경을 하기 위해 제동장치를 밟아 속력을 줄였습니다.

당시 2차로를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 기사 B 씨는 갑자기 끼어든 A 씨의 차량을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속력을 줄였고, 이 때문에 차량 전체가 좌우로 한 차례 크게 휘청였습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이다음에 발생했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북대로 장서리 방면 도로에서 상향등 켜며 뒤쫓아오는 트레일러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B 씨는 A 씨를 바짝 뒤쫓으며 상향등을 반복해서 켰고, 속력을 높여 A 씨 차량 옆으로 붙어 나란히 달리며 "차 세워"라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큰 차가 따라오자 겁먹은 A 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대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B 씨는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A 씨의 차량을 추월한 뒤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로 인해 뒤따르던 다른 차들도 줄줄이 차를 멈춰야 했고, 한때 도로 소통에 지장이 생겼습니다.

B 씨는 그러나 하차 후 A 씨 차량으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면서 "내려라"라고 말하고, 주위를 맴돌며 대형 트레일러를 빼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차 문을 잠근 상태에서 112에 신고했고, 오전 9시 2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B 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귀가했습니다.

이후 사건 처리를 기대하고 있던 A 씨는 보름 후인 지난 4일 용인동부경찰서 소속의 사고 담당 조사관 C 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C 씨는 A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결과 A 씨가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2개 차로를 연속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C 씨는 "이 건은 상대방(B 씨)이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 A 씨가 잘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상대방은 위험을 당해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 A 씨가 너무나 위험을 초래하는 운전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의 이런 종용에 A 씨는 "(대형 트레일러로) 길을 막고, (차량의) 문을 열라고 한 게 정당한 행위냐"라고 물었으나, C 씨는 "따질 수는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습니다.

C 씨는 그러면서 "(A 씨에게) 차를 세우라고 해도 서지 않는데, 그러면 저 사람(B 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냥 가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저 사람(B 씨)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을 당했다"며 "본인(A 씨)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으면 내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본인(A 씨)의 행위를 생각해 보라. 만약 저 사람(B 씨)이었다면, 본인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을 당하고도 그냥 가겠느냐. 나 같아도 쫓아갈 것"이라며 "상대방(B 씨)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B 씨의 위협 운전에 대해 처벌 불가라는 경찰의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언론 통화에서 "경찰은 이 사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B 씨의 입장을 계속 대변하면서 '정당 행위'라는 말만 했다"며 "명백하게 범죄가 발생했는데, 없던 일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더욱이 A 씨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차량을 세워 하차했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 운전이 미숙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잘 몰랐고,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과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상대 차량이 대형 트레일러인 데다, 마구 소리치며 '차를 세워라', '내려라'라고 말하는 바람에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용인동부서는 담당자를 재지정해 사건을 원점에서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조사관이 피해 신고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청문감사실에서 감찰을 실시해 응당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B 씨의 행위가 보복 운전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B 씨 입건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B 씨는 언론 통화에서 "40년 넘게 운전하면서 이렇게 대형 사고가 날 뻔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대형 트레일러 같은 차량의 경우 차체가 높아서 승용차가 차로 변경을 할 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초보운전자' 딱지를 붙인 상대방에게 주의를 주려 했을 뿐, 절대 보복 운전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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