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복장을 한 남성이 전국의 공구업체를 돌며 수백만 원 상당의 발전기를 10대 넘게 빌려 간 뒤에 잠적했습니다. 종교 집회에 쓸 것이라면서 신분증까지 맡기고 그것을 빌려 갔다는 것인데,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KBC 정의진 기자입니다.
<기자>
승려복을 입은 한 남성이 모자를 눌러쓴 또 다른 남성과 함께 한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집회 등에 사용할 600만 원 상당의 무소음 발전기 2대를 사흘간 임대하겠다며 신분증과 승려증까지 꺼내 보여줍니다.
[A 씨/피해 업주 : 스님 복장까지 입고 오시는데 정말 선한 목적으로 집회에 사용하기 위해서, 야외 행사 집회에 마이크와 앰프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발전기가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직접 싣고 가겠다며 트럭까지 따로 부른 이 스님은 장비와 함께 잠적해 버렸습니다.
광주에서 장비를 임대한 지 불과 사흘 뒤, 이번에는 대구의 한 공구업체에 이 스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모자를 쓴 남성과 함께였습니다.
[B 씨/피해 업주 : 경북 구미에 있는 문수사 절에서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스님같이 사진 찍은 신분증을 맡겨놓고 가니까.]
이들이 빌려 간 장비의 도착지는 모두 서울 독산동의 한 공영주차장으로, 현재 장비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이런 식으로 최근 두 달 새 광주와 인천, 대구 등 전국 경찰에 접수된 피해 신고만 10여 건, 피해액은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또, 스님 복장을 하고 승려증까지 제시하며 범행을 이어간 이 남성이 소속돼 있다고 제시한 종단은 수년 전 없어진 곳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빌린 무소음 발전기는 주로 선거 유세 차량에 쓰이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자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복수 KBC)
KBC 정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