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해도 살을 뺄 수 있다고 홍보하는 광고들, 자주 보셨을 겁니다. 영상에 의사나 약사가 등장해 효능을 보장하면 정말 믿음이 가기도 하는데, 과연 이들이 정말 의사나 약사가 맞는 건지 팩트체크 사실은 팀에서 단독 취재했습니다.
박세용 기자입니다.
<기자>
유튜브에 나오는 다이어트 식품 광고입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여성이 약국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자막에는 약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유튜브 광고 : 마법 같은 알약이 있습니다. 하루 900kcal는 공깃밥 세 공기에 해당하는데 남들보다 공깃밥 세 공기를 더 먹더라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한 알만 먹으면 900kcal가 소모된다는데 이거 사실일까요? 의사협회에 문의해 봤습니다.
[김이연/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비만전문인정의) : 만약에 그런 성분의 어떤 물질이 나왔다고 하면 노벨상을 받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잘 때 900kcal 소모되면) 저혈당의 쇼크에 빠지지 않을까에 대한 임상 시험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지난 9월에 식약처가 거짓·과장 광고로 판단해서 유튜브에 차단 요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 업체는 이렇게 허위 사실을 전하면서 폭발적인 인기 속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자 그렇다면, 광고에 등장한 약사는 진짜일까요.
우선 얼굴을 캡처한 뒤 얼굴 검색 사이트에 넣어 찾아봤더니, 엉뚱하게도 한 배우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같은 얼굴이 확인됩니다.
바로 연기자인 겁니다.
[배우 A 씨 (약사 역할) : (본인 맞으시죠?) 네 저 맞아요. '그냥 약사 역이구나'하고 대본 받고, 그 대본대로 가서 읽기는 했어요. 너무 약사처럼 나온 거예요. 저는 그냥 30만 원 받고 가기는 했지만….]
이 다이어트 제품을 가정의학과 최창수 교수라는 인물이 등장해 홍보하는 유튜브 영상도 있습니다.
흰색 가운을 입고 목에 청진기도 걸쳤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유튜브 광고 : 2시간 내내 달리면 900kcal 가까이 되는데요. 그게 이 한 알에 들어가 있어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감을 믿지 마시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능을 믿으세요.]
설마 의사까지 가짜일까 싶었는데, 배우나 모델을 섭외하는 사이트를 하나하나 뒤져보던 중 같은 얼굴이 발견됐습니다.
[배우 B 씨 (가정의학과 교수 역할) : (의사 역할 하셨던 분이 맞으신가요?) 가운 입고 하라고 해서 했는데, 잘 모르겠는데 그건요. 의사 역할 비슷하긴 했어요. 저희는 어차피 연기자고, 배우고, 모델이고….]
가짜 의사와 약사까지 동원해 다이어트가 절박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판매업체는 해당 광고를 제작한 적이 없고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한 가짜제품 판매 업체들이 불법적으로 제작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가정의학과 교수'라는 표현은 사실상 의사를 사칭한 것이라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임찬혁,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