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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 이름으로 차명계좌 32개…신청서엔 '지점장 고객'

<앵커>

처제 명의로 차명계좌를 30개 넘게 만든 남성이 적발됐습니다. 서울의 한 지역 농협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 농협은 본인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20년 7월, 60대 권 모 씨는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갔다가 수령 대상이 아니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아내 명의 농협 계좌에 6억 원이 들어 있던 기록이 나와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오정민/계좌 명의 도용 피해자 : 저도 모르는 돈이니까 너무 깜짝 놀라서 농협에 갔어요. '이게 무슨 돈입니까?'라고 했더니 '관악농협'이라 해서….]

해당 농협을 찾아가 보니 2010년부터 10년 동안 아내 오 씨 명의로 계좌 32개가 몰래 개설돼 있었습니다.

가족 여행 예약을 위해 언니에게 건넸던 신분증을 형부 김 모 씨가 계좌를 여는 데 쓴 것입니다.

[오정민/계좌 명의 도용 피해자 : 계좌 개설 신청서도 띄워봤더니 글씨도 다르고 전화번호도 다르고 하물며 집 주소는 농협 주소예요.]

오 씨는 주민센터에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연금 자격은 되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형부를 사문서 위조와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형부 김 씨는 차명계좌를 개설한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농협은 전화 확인 절차는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관악농협 관계자 : 오정민 씨(피해자)와 저희 직원하고 통화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농협중앙회 내부 감사에서는 고액 예금을 유치해 성과를 내려는 간부들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계좌개설 신청서에는 '지점장님 고객'이라는 메모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농협은 실명 확인 없이 차명계좌를 개설해 준 지점장과 팀장 등 3명을 중징계하고 관여한 직원 7명은 주의 등 경징계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관악농협의 금융실명법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과태료 1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지역농협은 지점을 포함해 전국에 5천 곳이 넘지만 모두 개별 법인이라 체계적인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역농협별로 1명 이상의 준법감시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승태, 영상편집 : 이승희, 디자인 : 서동민,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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