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혼잣말에 담긴 진짜 의미는?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부서진 찻상과 남겨진 혼잣말 - 포항 경추골절 사망사건'으로 포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18년 1월 27일 오전, 남편 이 씨가 밤사이 아내 민영 씨가 사라졌다고 이웃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전날 함께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사라졌다는 것.
아내를 목격한 사람들도 나타나지 않아 직접 아내를 찾아 나선 이 씨. 그리고 그날 오후 가게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민영 씨의 신발이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민영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색을 시작했으나 어디에서도 민영 씨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열흘 만에 1km가량 떨어진 방파제 인근에서 민영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교통사고나 다이빙 사고가 아니면 웬만한 외력으로 손상되기 어렵다는 경추 골절이 일어나 있던 것. 또한 오른쪽 눈썹 위 찢어진 상처까지 발견되며 법의학자들은 그가 사망하기 전 누군가에게 폭행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리고 경찰은 민영 씨가 실종되던 전날 밤, 남편이 때린다며 112에 신고한 기록을 확인했고 이에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씨는 전날 밤 다툼은 있었으나 심한 폭행이 있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남편 이 씨가 민영 씨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를 찾지 못했고, 이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이 씨에 대해 재수사한 검찰은 4년 만에 그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7월 1심 법원에서는 그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부러진 찻상이 출입구 앞에 놓여있다가 사라진 정황과 현장에 남아있던 이불에 묻은 혈흔이 폭행의 간접 증거로 인정된 것. 또한 블랙박스에 남아있던 이 씨의 "아 미치겠다. 골치 아프게 됐네" 등의 혼잣말도 그에게 혐의가 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씨는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차가 고장 나서 혼잣말을 한 것이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이 씨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새벽잠을 잤다고 주장한 이 씨. 그러나 그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그가 새벽 1시 50분경 가게 앞 천천히 지나고 이후 선원들을 데려다준 후 3시경 다시 가게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도 등장했다.
그리고 그 후 이 씨는 오전 중 3차례 가게와 거주 중인 빌라를 왕복했는데, 그가 거주 중인 빌라의 관리자는 당일 이 씨의 모습이 수상했다고 기억하기도 했다.
민영 씨가 실종된 날 낮 다시 가게로 돌아온 이 씨는 가게에서 이 씨의 안경을 들고 나와 안경점에 수리를 맡겼다.
이에 이웃들은 극도로 시력이 좋지 않았던 민영 씨가 안경을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간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시신 발견 당시 외투를 벗은 채였던 것에 대해서도 유독 추웠던 날, 아무리 극단적인 선택을 결정했기로서니 외투를 벗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증거 중 하나로 채택된 부러진 찻상. 이에 이 씨는 아내 민영 씨가 찻상을 이용해 자해를 했고, 그 과정에서 찻상이 부러졌으며 이불에 혈흔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갑자기 찻상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구조대원들이 땔감을 찾아 땔감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수색 작업을 했던 구조대원은 땔감을 찾던 중 가게에서 떨어진 곳에서 버려진 찻상을 직접 발견했다고 말해 이 씨의 주장을 부정했다.
이날 제작진은 어느 정도의 외력이 가해졌을 때 경추 골절이 가능한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경찰이 추측한 찻상으로 가격했거나 발로 밟는 등의 행위를 통해서는 이 같은 경추 골절이 일어나기 힘든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법의학자들은 사망 당시 만취 상태였던 민영 씨에게 과신전 고굴절 현상이 나타나며 일반적인 외력에 의해서도 경추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리 골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범죄 심리 전문가는 부검의가 과신전 고굴절에 대한 의견으로 스스로 주저앉으며 쓰러지는 양상이다는 표현에 주목했다.
전문가는 "남편 진술 중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시점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부검 의견서에 나온 부분과 상당히 일치하지 않나 싶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법의학자들은 부부싸움 중 골절이 일어났다면 스스로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취재 중 제작진은 새벽 2시쯤 민영 씨의 신발을 목격한 제보자를 만났다. 또한 이웃들은 민영 씨의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스스로 죽자는 생각을 했다면 그렇게 신발을 벗어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씨가 신발을 찾아들고 들어와 울던 것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했다.
실종 당시 대대적인 수색을 했으나 시신 발견하지 못하고 열흘 뒤 1km가량 떨어진 방파제 끝 편에서 발견된 시신. 이에 제작진은 신발이 놓여있던 곳에서 방파제까지는 시신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지 해류 분석 전문가와 그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 전문가는 "시신이 다른 곳으로 가기 힘들다. 그리고 수색을 통해 입수 지점에서 시신을 못 찾은 것은 더 이상하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른 후 이동은 가능하지만 시신일 경우 바다의 무수한 장애물에 먼저 걸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신발이 놓인 곳이 아닌 그곳에서 더 떨어진 지점에서 입수했다면 방파제 끝단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는 남편이 아내가 실종된 날 운전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굳이 그런 거짓말로 자신에게 의심과 혐의가 세워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런 거짓말을 했다? 이는 운행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목적인데 운행 사실 자체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라며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는 그 행동이 차량을 이용해서 행해졌다든지 하는 일이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문가는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통해 "내가 방파제 하다가 말을 멈추고 집 앞에 바닷가 있지? 배 대는 데를 다 돌아봤다. 그런데 흔적이 없어서 들어왔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새벽 2시에서 2시 반 그 근처에 일어난 일인데 이 씨는 차량에 탑승, 주거지에 다녀온 일을 부인하다가 증거 존재를 알고 진술을 바꿨다. 그렇다는 것은 새벽 2시를 전후한 남편의 진술 신빙성 매우 낮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방파제라는 핵심적인 단어가 등장한 것에 주목하며 "방파제를 언급했다가 말을 돌리는데 이 행적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이 씨가 방파제 주차장에 들른 정황도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