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은 도박 경험이 있고, 불법 온라인 도박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학생이 19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속보도를 통해 청소년 도박 중독의 실태와 그 대안을 짚어보려 합니다.
오늘(1일) 그 첫 순서로 박서경 기자가 도박에 중독됐던 학생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50대 A 씨는 평일 아침, 출근 대신 아들과 정신병원으로 향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의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중1 때부터 3년 동안 불법 온라인 도박에 쓴 돈이 5천만 원이 넘습니다.
[A 씨/도박 중독 경험 학생 아버지 : 사다리 게임·달팽이 막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할 수 있는 게임, 굉장히 충격이었죠. 금전이 오고 간 거.]
아들의 도박을 멈추기 위해 A 씨는 경찰 신고는 물론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직접 연락해 접속을 막아 달라고까지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 물품 사기 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도박 충동을 못 이길 때면 벽을 부수거나 소리를 질렀습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A 씨를 붙잡은 건 아들의 편지였습니다.
![청소년 도박 중독 아들의 편지](http://img.sbs.co.kr/newimg/news/20231101/201851826_1280.jpg)
[A 씨/도박 중독 경험 학생 아버지 : 저도 아버지랑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도 이겨내고 싶어요. 아빠 도와주세요. 울었죠, 제가. 지금도 좀 울컥해지는데.]
A 씨 가족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국 초중고 학생들 1만 8천여 명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이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B 군/도박 중독 경험 학생 : 계속하는 애들은 (반에) 거의 7~8명은 (있어요.) 반에 남자애들 절반 이상은 계속하는 것 같아요.]
도박에 쓰는 자금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학생 : 제가 한 달에 1억 6천까지 땄어요. 1억 6천을 따고 이제 1억 2천을 잃었어요.]
또래 사이 전파력이 크고 말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어 수치에 잡히지 않는 인원이 더 많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손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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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어른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불법 도박 사이트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한 학생이 다른 친구를 끌어오면 수수료를 주는 이런 다단계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도 하는데, 이 내용은 박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카지노처럼 딜러가 앉아 있고 돈을 걸자 카드 게임이 진행됩니다.
사다리와 레이싱 등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단순한 게임들도 수두룩합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게임들입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관계자 : 무료 머니 1만 원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입 첫 충전 (혜택) 30% 있고요.]
10년 넘게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청소년들이 주된 이용자라고 말합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어린 친구들의 이용자 수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이용자들이) 중요하죠.]
청소년들을 유인하기 위한 무차별 광고와 무료 도박 머니 제공은 기본.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친구를 데려오면 도박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주는 '추천인 제도'라고 설명합니다.
![청소년 도박 중독 실태](http://img.sbs.co.kr/newimg/news/20231101/201851824_1280.jpg)
도박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 이른바 '모집책'에게 추천인 코드를 주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이 코드를 입력하면 모집책에게 도박 머니를 주는 방식입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어린 친구들이 또 추천을 해주는 그런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막 40~50명 그렇게.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항상 모여 있고….]
한 학생이 200명을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모집책이 친구를 이른바 '새끼 모집책'으로 두는 다단계 방식도 이용됩니다.
[A 씨/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내가 10%를 받았잖아요. 그럼 10% 받은 거에(서) 또 5%를 (새끼 모집책에게 줍니다) 이런 식으로 다단계로 계속.]
이런 식으로 도박에 발을 한번 디디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도록 각종 수단을 동원합니다.
[도박 중독 경험 학생 : 전화랑 문자 와서 몇만 원 쿠폰 챙겨주겠다, 다시 이용해라…(도박) 안 하다가도 다시 그런 것 때문에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김준희, VJ : 노재민, CG : 최하늘, 화면제공 : 도박없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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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과정은?
[박서경 기자 : 청소년들이 공짜로 만화나 영화를 보기 위해서 불법 웹툰이나 불법 OTT 사이트, 이런 거 많이 보는데요, 여기 광고 대다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들입니다. 광고를 클릭하면 바로 사이트가 연결되고 회원가입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별도 인증은 없고, 계좌번호만 있으면 5분 안에 누구나 도박을 할 수 있습니다. 게임도 규칙이 복잡한 카드 게임 같은 것들이 아니라 사다리 타기, 홀짝 같은 단순한 게임 위주인데요, 그래서 학생들이 집에서 도박을 하다가 걸려도 학부모들이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겁니다.]
Q. 도박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박서경 기자 : 제가 만났던 도박 중독 학생 부모님은 아들이 가족 개인정보까지 이용해서 회원가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족에게까지 전화와 문자가 이어지는 거죠. 또 이 학생이 도박 사이트에 연계된 불법 대출도 신청했었는데, 사채업자가 주소를 보고 집까지 찾아오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이 가족은 휴대전화를 수십 차례 바꾸는 것은 물론 온 가족이 심지어 개명까지 했습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절도나 성매매 같은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더 취재한 내용은 내일(2일) 계속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