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 당시 뽑힌 머리카락과 몸
가정폭력으로 이혼하면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배우자가 집요하게 연락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 사전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오늘(1일) 경찰과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 A 씨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4월 남편 B 씨와 이혼했습니다.
어린아이를 생각하며 남편의 폭행과 외도를 10년 동안 참았지만, 친정엄마가 보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또 B 씨가 주거지로부터 100m 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접근금지 명령과 피해자보호명령을 잇달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B 씨는 SNS로 재결합과 성관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보냈으며 이혼 후 8개월 동안 10여 차례 연락이 왔습니다.
A 씨는 "지금도 경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 남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해도 이대로라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구속 수사를 원했지만, 현행법상 이는 어렵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부산의 한 경찰서 여청수사계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메시지 내용과 관계없이 연락해 온 것 자체만으로도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행법상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중 법무법인 영동 대표 변호사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사건 피해자가 100% 안심하고 살기 어렵다"며 "문제가 발생해야 조치가 이뤄지는 사후적 조치를 중심으로 제도가 마련돼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피해자 보호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민사적, 형사적 조치 말고 물리적으로 연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임시로 부여하거나 별도 주거지를 제공하는 등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 씨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