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된 주택을 갉아먹는 흰개미가 야외로 퍼진 흔적을 정부가 발견하고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근처에서 계속해서 흰개미 흔적이 나오고 있는데,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이 흰개미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창원 주민이 보낸 제보 영상 속 곤충.
꼬리 쪽 색이 진한 것이, 전 세계 연간 50조 원대 피해를 일으킨다는 서부 마른나무 흰개미입니다.
전문가와 함께 영상 속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창원 흰개미의 최초 발견지로부터 1km 떨어진 해군아파트 내 놀이터에 있는 정자입니다.
정부 조사팀이 현장 감식차 목재 껍질을 벗겨놨는데, 곳곳에 배설물은 물론 흰개미가 갉아먹은 흔적이 뚜렷합니다.
[박현철/부산대 생명자원과학대 교수 : 이게 흰개미 흔적입니다. 이 구멍 보이죠 구멍.]
나무기둥 맨 아래를 보면 흰개미들이 파먹으면서 만들어 놓은 홈들이 보입니다.
오래돼서 썩은 것이 아니라 흰개미가 갉아먹으면서 손상됐다는 의미입니다.
첫 발견지는 주택가 내부였던 반면, 이곳은 주변 야산과 연결된 야외 공간이라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숲으로 번질 경우 격리나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현철/부산대 생명자원과학대 교수 : 이런 데서 서식하고 있을 때는 포인트가 정확히 어딘지 일일이 찾아서 다 방제를 해야 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되죠.]
놀이터 주변 골목 곳곳에서도 흰개미 서식 흔적이 뚜렷한데, 첫 발견 때 같은 역학조사는 없었습니다.
[(조사단이 나와서 조사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예, 조사단이 온 적은 없어요.]
환경부에 이유를 물었더니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한 뒤라 개별 사례 유입 경로를 찾는 역학조사는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악성 흰개미에 대해 생태계 교란종 지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