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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신다면" 병원서 쇼핑하듯 마약류 처방…말로만 엄격 관리

<앵커>

병원에서 수면 마취할 때 많이 쓰는 프로포폴 같은 약은 마약류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만 병원 7곳을 돌며 이런 마약류의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적발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이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용 시술을 주로 하는 병원 광고 사이트에 수면 마취 문구가 눈에 띕니다.

병원에 직접 문의해 보니, 추가 비용만 낸다면 프로포폴 수면 마취도 가능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설명합니다.

[병원 관계자 : 원하신다면 샷 수(시술 강도) 상관없이 다 가능하시고. 다만 시술 금액 기준으로 50만 원 이하일 경우 수면마취 비용 22만 원 따로 들어가고요.]

수면 마취가 만연한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한 사람이 하루 3곳 이상 병원에서 수면 마취제를 처방받은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하루 5곳 이상 병원에서 처방받은 사람을 추적해 보니,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환자는 9일에 걸쳐 23개 병원에서 수면 마취를 했고, 하루에 병원 7곳에서 프로포폴은 물론, 다른 수면마취제인 미다졸람, 케타민까지 한꺼번에 처방을 받았습니다.

[김남오/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자주 맞으면)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일단 짧아질 수 있고요. 자주, 그리고 더 많은 고용량을 더 찾게 되고.]

이런 '마약류 쇼핑'을 막기 위해, 의료진이 환자의 투약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지만, 조회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투약 이력을 먼저 조회하고 처방하는 의사는 전체의 1.8%에 불과합니다.

미다졸람, 케타민 같은 다른 수면마취제는 감독 기준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신현영/국회 보건복지위원 (민주당) : (마약류) 처방에 대한 트래킹(추적)을 강화하고, 강력하게 면허 제재나 아니면 그런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보 공개를 해서.]

의료진의 투약 이력 조회를 의무화하고,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김학모, 영상편집 : 오영택, CG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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