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지을 때, 도로공사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민간 건설사가 그 근처에 직원들의 숙소를 따로 만들어 줍니다. 공사가 끝나면 다 철거해야 하는 임시 건물인데, 거기에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장소나 테니스장 같은 시설까지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다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제희원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종과 안성을 잇는 신설 고속도로 중간에 위치한 건설사업단 건물입니다.
각종 인허가와 감독 업무를 하는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을 위한 숙소 겸 사무실입니다.
방갈로형 숙소에는 제주도부터 괌까지 각종 휴양소 이름이 별칭으로 붙어 있고, 바비큐 시설과 테니스장에, 헬스장까지 구비했습니다.
34명의 직원이 쓰는 이 시설을 짓는 데 58억 원이 들었습니다.
처음 책정된 예산은 25억 원인데, 8번 설계를 변경하면서 33억 원이 더 늘었습니다.
예산 증액이 5억 미만인 경우 본사 보고 없이 해당 사업단장이 자체 승인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국 13개 고속도로 건설사업단에서 평균 두세 번씩 설계 변경을 했고,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혈세가 더 들어갔습니다.
수급사인 민간 건설사들은 발주처인 도로공사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 소모성 자재들 있잖아요. 전등이라든지 혹은 기타 사용 중 발생하는 고장이라든지…. 아무래도 저희들이 좀 챙기게 되죠.]
큰돈을 들였지만, 고속도로를 다 지으면 모두 철거되는 임시 건축물입니다.
늘어난 숙소 공사비만큼이 전체 비용에 추가로 반영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세금이나 정부 지출과 같은 성격인데 본인들 돈이면 이렇게 썼을까…. 지역경제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도 지역의 숙박시설을 일정 기간 써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도로공사 부채는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35조를 넘어섰습니다.
SBS 취재에 대해 도로공사는 올해 말까지 사업단 가설 건물에 대한 표준 모델을 만들고, 설계 변경은 최소화하겠다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VJ : 박현우, CG : 조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