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하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오늘(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 씨에게 특수상해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A(47) 씨는 지난 2021년 8월 부산의 집에서 연인 관계였던 B 씨와 다투다 생수가 가득 찬 2L 페트병으로 B 씨의 왼쪽 눈 부위를 수차례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하고 이별을 통보하자 4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스토킹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조사 결과, 폭행 당시 A 씨는 B 씨에게 "죽어" 등의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손으로 페트병을 잡고 흔들었고 이 과정에서 B 씨가 다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해 10월, A 씨는 이별을 통보한 B 씨가 자신과의 만남을 거절하자 이메일을 4차례 보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뒤인 11월에는 B 씨의 직장 근처에서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스토킹을 한 혐의도 받습니다.
이에 1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8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교육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리터 페트병에 물이 들어있었다면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단단한 부분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면 사회 통념상 상대방이 신체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1심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범행 현장 사진에서 뚜껑을 뜯지 않은 페트병은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도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A 씨가 빈 페트병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빈 페트병 자체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A 씨가 피해자인 B 씨에게 상해를 가했다는 사실은 인정해 벌금 300만 원으로 감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특수상해죄에서의 '위험한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