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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강요된 기부' 체조선수들의 눈물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실업팀에 입단하면 대부분 '계약금'이란 걸 받는다. 그동안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을 인정받는 첫 경제적 대가로 상징적이다. 그런데 이 돈의 10%를 반강제적으로 학교에 내야 한다면 어떨까? 이는 우리나라 유일의 체육 특성화 국립대학인 한국체육대 체조부 선수들의 이야기다.

SBS 취재진에게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한국체대 체조부에서 선수들의 계약금 10%를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학교발전기금 공식 계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교 또는 재학생 명의의 개인 계좌로 최소 10년 넘게 돈을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한체대 체조부 A 교수는 '졸업생들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자발적인 기금 문화'임을 강조하며, 학생들 훈련경비와 운동복 구매, 명절 선물 비용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계좌 내역을 입수해 살펴보니 사용처를 알 수 없는 현금 인출이 대다수였고, 심지어는 수백만 원의 금액이 A 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체조계 인사의 계좌에 이체된 사실도 밝혀졌다.

선수들은 학교 공식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계약금 10%를 납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부조리함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발이나 실업팀 입단에 큰 영향력이 있는 A 교수의 권력을 두려워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오히려 집단에서 배제당하는 체육계의 폐쇄적인 문화를 지적했다. 실제로 SBS가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자 체조부 측은 계약금을 낸 선수들을 찾아가 자발적으로 돈을 낸 거라는 동의서를 받으며, 문제를 제기한 선수를 찾아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체육계의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를 강요받아 왔던 것이다.

이러한 강압적인 체육계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팀 내 가혹행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때에도 체육계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해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체육계의 수직적인 카르텔을 해결하진 못했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약금의 10%를 낼 수밖에 없었던 한국체대 체조부 출신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체육계의 검은 카르텔에 대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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