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9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휴직 중인 경찰관이 공무원증을 내민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보이스피싱범 검거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게시됐습니다.
영상에는 지난 3월 30일 오후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한 현금인출기에 30대 후반 남성 A 씨가 들어와 서성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는 현금인출기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다른 고객에게 차례를 계속 양보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못하는 등 수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때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해당 장소로 들어왔고, A 씨는 정 순경에게 역시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라고 양보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던 정 순경은 A 씨에게서 수상함을 감지했고, 남성이 다급하게 휴대전화를 숨기는 듯한 모습에 자신의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경찰임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어디에, 얼마나 입금하시는 것이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고 일하시는 것이냐?" 등 질문을 했습니다.
▲ A 씨에게 공무원증을 제시하는 정세원 순경
A 씨는 계속 답변을 피하다가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이랑 통화해 보라"라며 정 순경에게 휴대전화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통화를 건네받은 인물 역시 정 순경에게 "금 거래를 하는 거라 이런저런 돈을 입금한다"라며 얼버무렸고, 정 순경이 어느 거래소에서 근무하시느냐고 묻자 "나중에 전화하겠다"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에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한 정 순경은 즉시 112에 신고했습니다.
정 순경은 당시 대장암으로 휴직해 항암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고 가슴에 케모포트(약물 투여를 위한 기구)를 삽입한 상태여서 뛰거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지만, A 씨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이 올 때까지 말을 걸며 남성을 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은 남성을 현행범으로 검거했고, A 씨로부터 1700만 원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뒤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정 순경은 "1년간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먼저 하시라'는 말 한마디에 느낌이 왔다.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송금 직전 검거에 성공,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도 영상 말미에 "정 순경이 병마를 물리치고 다시금 경찰관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함께 응원해달라"라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 현행범 검거 후 경찰서로 인계되는 A 씨
(사진=경찰청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