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담임교사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SBS 보도로 알려진 뒤 이 학교는 교육청에 가해 학생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이 피해 교사에게 이미 낸 고발요청서를 다시 '자필'로 써서 내라, 이렇게 요구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교사는 당시 폭행으로 팔에 깁스까지 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초등학교 6학년 학급 제자 B 군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교사 A 씨.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교육청에 B 군을 수사기관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행법상 교육청이 고발의 주체이기 때문인데, 최근 A 씨는 교육청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고발하고자 하는 행위와 사유를 담은 고발요청서를 육하원칙에 따라 자필로 써서 다시 제출해 달라는 겁니다.
A 씨 측은 이미 학교에 고발 요청서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폭행 피해로 오른팔에 깁스를 해서 자필 작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A 씨(피해 교사) 남편 : 이미 변호사 측에서 그 고발 요청서를 작성을 했는데 꼭 자필로 경위를 작성하라고….]
B 군 전학 조치를 위해 담임교사인 A 씨가 B 군의 행동 특성 등에 대한 평가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받았습니다.
[A 씨(피해 교사) 남편 : 피해 교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지, 피해자가 가해자를 평가하는 것도 그 학생의 생활 태도를 입력하려면 그 학생을 다시 되뇌어 봐야 하잖아요.]
최근 교권 침해 피해 교사들에 대한 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유진/변호사 (피해자 측 변호인) : 피해 교사가 모두 사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피해 선생님 본인이 진행하는 절차가 아니라요, 관할청이 제3자로서 별도로 진행하게 되는 절차인데도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교육청은 "본인 서명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필 고발요청서를 요청했던 건 맞지만 기존에 제출한 서류들로 갈음하기로 했다"며 "꼼꼼히 진행하다 보니 불편을 드린 것 같아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A 씨를 위해 교사들과 시민들이 쓴 탄원서는 1만 장을 넘겼는데, 교육청은 이달 중순쯤 B 군의 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