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웨이 하우스
영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의 별장에서 100명 이상이 일시적으로 고립되면서 작가의 유명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5일 CNN방송은 전날 영국 남서부 데번에 있는 크리스티의 별장 '그린웨이 하우스'를 방문한 관광객 100여 명이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로 별장을 오가는 유일한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건물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린웨이 하우스는 크리스티가 생전 소설을 완성하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별장으로, 소설 '죽은 자의 어리석음'에서 범행 현장을 묘사하는 데 영감이 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린웨이 하우스를 관리하는 재단 '내셔널 트러스트'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별장으로 향하는 단선 도로에 큰 나무가 쓰러져 방문객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그린웨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별장에는 관광객 10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이번 '사건'의 유사점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와 별장의 하인 부부를 포함한 총 10명이 폭풍우로 인해 아무도 섬을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명씩 차례차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밀실에 사람들이 갇힌 상황에서 살인사건이 진행되고, 그중에 범인이 있다는 독특한 설정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훗날 여러 영화 등 작품에서 오마주 됐습니다.
일부 SNS 이용자들은 이번 사건 기사를 공유하며 "99, 98, 97, 96, 94, 9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며 카운트다운을 하기도 했습니다.
폭풍우로 인해 관광객들이 고립됐다는 점, 하필 그 장소가 '밀실 살인'의 창시자격인 추리소설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별장이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관광객 캐럴라인 헤븐에 따르면 일행은 나무 제거 작업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티룸에서 차를 마시거나 잔디밭에서 크로켓을 치며 오히려 더욱 별장의 정취를 즐겼습니다.
생전 크리스티와 그의 가족 역시 강가에서 쉬거나 크로켓을 치고 별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최신 추리소설을 읽어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광객들은 구조대가 길을 열어준 뒤인 14일 저녁 별장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그린웨이 하우스가 이번 폭풍 피해로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애거사 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