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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소아과 탈출하자"…살길 찾아 보톡스 강연 몰리는 의사들

제 옆으로 보이는 사진, 지난달 열린 소아과 탈출 학술 대회입니다.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핵심 포인트', 또 '1타 강사님이 족집게 강의하는 고지혈증 핵심 정리' 이런 제목의 강연들이 이곳에서 열렸는데요.

모두 성인 만성 질환이나 피부, 미용 시술 관련 강연이었습니다.

당시 이 강연을 들으러 무려 소아 청소년과 의사 600명이 왔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고 합니다.

최근 저출산 등으로 위기를 맞은 소아 청소년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죠.

외국 언론들도 이런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제(6일)는 로이터 통신이 '한국에선 저출산 때문에 의사들이 소아과에서 도망가고 있고, 어린이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의 소아과 의사 부족 문제를 짚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서울의 소아과 병원 수는 456개로, 최근 5년간 12%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정신과는 76% 넘게 늘어난 것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내걸린 안내문입니다.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2023년 8월 5일 문을 닫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는 만성 통증 등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며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해당 보호자에게 감사드린다"고 썼습니다.

병원 측은 피부 질환을 앓던 4살 아이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비급여 항목이 발생해 보호자에게 설명을 했음에도, 추후에 보호자가 환불을 요청했고, 곧바로 2천 원을 환불해 줬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악성 민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에는 경북 포항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 협조가 어렵고 의료 소송도 우려돼 24개월 미만 영아에게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가 진료 거부 혐의로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한 부모로 인해 조사를 받았단 내용의 사연도 올라왔습니다.

소아과 감소에는 저출산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이처럼 '보호자의 갑질'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임현택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장기적인 저출산 흐름, 고착화된 낮은 진료비 등으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지난 3월) :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병원을 유지하고 싶어도 도저히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더 이상 아이들의 건강을 돌봐주지 못하게 되어서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습니다. 그동안 한없이 반가웠고 보람 있고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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