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문자메시지 한 통이었습니다. 신선 식품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에게 담당 배송 기사가 파손 물품이 있으면 본사에 신고를 하지 말고, 자기에게 따로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낸 겁니다. 보도된 것처럼, 계란 하나가 깨져도 계란 하나 값이 아니라 주문 금액의 반액에서 전액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그제야 소비자도 알게 됐습니다. 통보도 갑작스러웠습니다. 협력업체는 기사들에게 지난 석 달 치 배상액을 일괄 차감하고 기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상세 파손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기사들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기업은 평소 '셀프 환불 서비스'를 강조해왔는데, 소비자가 '양심에 따라' 파손된 물품과 수량을 입력하고 그에 따른 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그동안 제보자는 계란이 두 알 정도 깨졌을 때 보통 1천 원이 안 되는 금액을 환불 받아왔는데 기사님들한테 이런 고충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평소에 새벽 배송을 편리하게 이용해 오던 터라 제보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얘기해줄 수 있는 기사를 수소문해야 했는데, 많은 기사들이 노출을 꺼렸습니다. 일단 고용 형태가 불안했습니다. 새벽 배송 기사들은 오아시스마켓에 직고용 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외주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행여나 자신이 회사에 불리한 얘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설득 끝에 한 기사님의 새벽 배송 길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 선수처럼 뛰고 또 뛰고…오전 7시 전 배송 마쳐야
이렇게 눈코 뜰 새 없는 배송 환경은 묵과한 채, 계란 등 파손 품목에 대한 책임을 기사에게 묻는다고 하니 기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이 업체는 '친환경', '프리미엄' 포장을 앞세워서 계란 등 깨지기 쉬운 품목에서도 에어캡 같은 포장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분리 수거 편의와 환경을 생각한 정책이라는 건데, 대신 협력업체에 건당 배송 단가를 100원 올려서 파손이 최소화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오아시스마켓은 국내 새벽 배송 기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입니다. 사실 취재 내내 오아시스마켓 측의 고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새벽 배송의 과포장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고, 이걸 해결해보려고 나름대로 소포장 제도를 도입한 거란 기업의 고민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또 유정란 등 계란을 주력 상품으로 파는 신선 식품 기업 입장에선 무엇보다 파손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누군가를 갈아 넣는 노동의 결과, '새벽 배송'
잠들기 전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면 다음날 눈 뜨기도 전에 현관문 앞까지 도착해 있는 새벽 배송은 누군가 뜬 눈으로 밤새 몸을 움직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대부분 투잡인 배송기사들이 생계의 최전선에서 '잠과 몸을 갈아 넣는 노동'. 이것이 제가 아주 짧게 훔쳐본 새벽 배송의 민낯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