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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도망친 10대 투약자…마약 병동에선 무슨 일이? (풀영상)

<앵커>

심각한 마약 문제를 짚어보는 연속보도, 오늘(23일)은 우리나라에서 마약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빠르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먼저, 그 실태를 배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준우 기자>

10대 투약자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A 양, 펜타닐 중독에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아왔는데, 돌발 상황이 생겼습니다.

병원을 나왔다며 갑자기 연락해 온 겁니다.

[기자 : (기차역) 안에 있어요? 기차 타는 데?]

취재진과 다시 만난 A 양, 일주일 넘게 약에 취해 지냈다고 했습니다.

[A 양 : (병원에서) 나와서 만났던 사람들 때문에 다시 약을 한 거니까…]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한참을 이야기해도, 그사이 뇌와 의지를 지배해 버린 마약의 중독성에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A 양 : ((병원) 올 생각 있어요?) 병원이요? 모르겠어요.]

치료의 문턱에 들어서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지난달 경찰이 어렵게 소재를 파악했던 B 양,

[조승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5월 29일 보도화면) : 그러니까 마약이라는 거야. 중독성이 심하다는 거야.]

2주 넘게 수소문하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다시 종적을 감췄습니다.

[조승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 압박감이 좀 있었던 것 같기는 하죠. 심리적으로. 이제 도망다니려고….]

치료를 마음먹기도, 치료 과정을 견뎌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 하지만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른 투약자는 새로운 일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금비(가명) : 대학교도 내년쯤에 입학하려고 준비 중이고 몸도 더 건강해지고 싶고….]

17살에 펜타닐에 손을 대며 이어졌던 4년간의 악몽, 몇 달간 치료를 위해 몇 달간 지방과 인천을 오가며 단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금비(가명) : '나 정말 이제는 끊어야 돼'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일단 박히면 그리고 치료를 딱 시작했을 때 제일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한창길/마약중독치료 전문상담사 : 회복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많은 친구라서 나중에 이런 친구들이 또 회복 잘해서 3년, 4년 회복하면 제 역할을 또 하는 거예요.]

(영상취재 : 이용한·김승태,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조수인,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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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함께 취재하고 있는 여현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치료 과정도 곳곳 '난관', 이유는?

[여현교 기자 : 네 방금 보신 금비 씨는 모범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례인데, 사실 병원에 오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버스와 기차를 4번을 갈아타야 하고요, 왕복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넘어서 통원 치료를 매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화면 보시면 이제 나올 텐데 정부 지정 국내 치료기관은 21곳인데, 전문 인력과 시설이 갖춰져서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인천과 경남 2개 병원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Q. 부족한 전문병원, 현장 상황은?

[여현교 기자 : 국내 마약 환자 치료의 60%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 전문 병원의 경우, 입원까지 두 달이나 대기해야 하고요. 며칠 전에도 긴급 입원이 필요한 16살 마약 투약자가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이러다 보니 격무를 견디지 못해서 그만두는 간호 인력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마약 병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저희가 동행 취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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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교 기자>

마약 전문병원의 폐쇄병동, 비밀번호를 누르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층마다 또 다른 철문이 나옵니다.

[직원이 패용하고 있는 키로 열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입원 환자를 가장 많이 치료하는 곳으로, 지금도 50여 명이 입원해 있습니다.

약물 환자 특성상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갑자기 폭력성을 띌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임경연/간호본부 본부장 : 안경 부러지는 일은 허다하고요. 손톱으로 이렇게 살점이 뜯겨서 사실 흉터 남은 보호사님들도 많아요.]

간호사실을 포함해 각종 약품과 진료 기록이 있는 방들은 항상 잠금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간호 : (간호사실도) 키로만 열 수가 있고요. (왜요?) (진료 관련 내용을) 들을 수가 있잖아요. 이게 현재 소음이 차단돼 있고요.]

일반 병원에서는 하지 않을 환자 소지품 검사를 수시로 해야 하고, 소변 검사도 더 자주 하다 보니 실랑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날도 갑자기 외출했던 환자를 데려가는 의료진,

[외출 나갔다 오신 분이었던 것 같고요. 외출이나 외래 진료를 다녀오셔도 다시 한 번 소지품 검사를 합니다.]

약물을 반입하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필수 절차인데, 예민한 반응이 돌아옵니다.

[입원 환자 : 돌아버리겠네, 외출 못 하겠어요]

가뜩이나 격무인 데다 최근 마약 투약 환자가 크게 늘다 보니, 지난 두 달간 전체 간호사의 4분의 1인 15명이 일을 그만뒀고, 현재는 2교대 근무로 겨우 병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경연/간호본부 본부장 : 피로도가 너무 높다 보니까 번아웃되고 그냥 다 퇴사해버리고 그래서.]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많이 얻어맞고 욕 듣고 협박받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들들 볶이는데…]

인력과 시설이 환자 수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 마약 치료 현장의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원형희, CG : 강윤정·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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