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끝까지판다][단독] 뉴질랜드 부동산에 사진 올라왔는데…"돈이 어딨냐"는 대주그룹 회장 (풀영상)

<앵커>

일당 5억 원의 이른바 황제 노역 사건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을 취재한 내용 오늘(21일)도 이어가겠습니다. 500억 원대 탈세와 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허재호 전 회장은 자신은 벌금을 낼 돈도 없다고 했었는데, 그 이후에 외국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허재호 씨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추적해 봤습니다.

이현영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이현영 기자>

허재호 뉴질랜드 호화생활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한 부동산 홈페이지, 총면적 1천200제곱미터, 363평에 달하는 대저택이 우리 돈 30억 원을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허재호 가족 사진

저택 내부 벽면에는 사진이 걸려 있는데, 턱시도 차림의 허재호 씨 가족사진입니다.

허 씨는 첫 결혼 이후 여성 두 명과 차례로 사실혼 관계를 맺었는데, 사진 속 인물들은 현재 함께 사는 두 번째 사실혼 부인과 그 자녀들입니다.

허 씨는 오클랜드 현지에서 아파트 사업을 하는 한국 재벌 출신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대주건설 브랜드와 같은 이름의 아파트 시공사는 허 씨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습니다.
허재호 호화 생활

앞서 허 씨는 뉴질랜드 카지노 VIP룸에서 도박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허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개인 파산 선고를 받았고 뉴질랜드 사업도 힘든 상황이라며 자신의 현지 생활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 회장 (SBS 통화) : 지금 저는요. 연달아 파산됐지, 한국에서도 파산돼 버렸지. 내가 무슨 돈이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하루 일당 받고요. 작업장에서 페인트칠하고 있다니까요.]

허 씨는 그러면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개인 자금은 첫 번째 사실혼 관계인 황 모 씨 측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씨가 황제노역 판결 당시 재판장에게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 김 모 판사의 장모입니다.
김 모 판사(왼쪽), 허재호 전 사실혼 부인 황 모 씨(오른쪽)

[허재호/전 대주그룹 회장 (SBS 통화) : (황 씨가) 어떻게 돈을 벌어가지고 자기가 골프장을 가지고 있고 빌딩을 가지고 있고 그러겠어요? 내가 차명으로 맡겼는데 자기 거라고 하니까 내가 찾을 길이 없어라.]

전남 담양의 골프장을 비롯해 황 씨와 김 판사 부인인 딸 등 자녀들이 소유한 회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1천억 원이 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허 씨가 최근 국내 사업가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과 관련해 뉴질랜드 법정에서 대주그룹 부도 이유에 대해 설명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허 씨는 법정에서 "모든 게 정치적이었다"며 "당시 대통령과 다른 누군가의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CG : 김한길·임찬혁·이재준·김문성)

---

<앵커>

허재호 씨와 그 가족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희가 취재를 하는 이유는 과거 대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피해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대주 측이 어딘가에 재산을 숨겨놨다고 주장하는데, 저희 취재 과정에서도 그런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이 내용은 고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고정현 기자>

대주그룹은 사실상 허재호 1인 회사였습니다.

정부도 2015년 허 씨 체납액 압류 소송에서 이를 인정하며, 허 씨가 13개 건설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처럼 통합회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인이 다른데도 자금을 섞어서 활용했다는 것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허 씨도 녹취에서 횡령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통합회계는 인정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대주주택, 대주건설 그건 전부 다 현금을 통합으로 썼기 때문에…. 회계를 통합회계를 했는데, 통합회계를 했는데.]

대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재산은닉처로 지목한 곳도 있습니다.

그룹이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2009년 9월 설립된 코너스톤홀딩스입니다.

대주 계열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회사로, 이 회사 대표, 알고 보니 대주그룹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 모 씨입니다.

코너스톤 채권 매입 자금 출처를 추적해 보니 대주그룹 계열사인 동양저축은행이 빌려준 50억 원이 나왔습니다.

대주그룹 계열사 등이 보유했던 808억 원 상당의 채권을 60억 원에 낙찰받은 것을 시작으로, 코너스톤이 보유한 대주 채권 액면가만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회수가 불가능해 보였던 대주 채권도 코너스톤이 매입하자 현금화되기 시작합니다.

고작 4천만 원에 사들인 채권으로 51억 원을 회수하는 등 대주 계열사가 가져가야 했던 세금 환급금, 상가, 부동산 등이 코너스톤 측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코너스톤이 대주 채권을 빠르게 확보해 현금화하면서 정작 대주그룹 소액 채권자들은 단 한 푼도 챙길 수 없었습니다.

[대주건설 전 하청업체 대표 : 돈이 없어서 저에게 공사대금을 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 임의대로 이렇게 유령회사를 만들었는가, 채권을 정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코너스톤이 보유하던 14억 5천만 원이 황제노역이 불거졌던 2014년 허 씨 벌금 납부에 쓰였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허 씨는 SBS 통화에서 코너스톤 설립 자금으로 15억 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을 뿐,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회장 : 나는 10원 하나 받은 사실이 없어요. (이 회사는 무슨 목적으로 설립됐던 회사인가요?) 설립한 사람한테 물어 보세요. 내가 설립 안 했으니까.]

코너스톤 설립자 전 씨도 허 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전모 씨/코너스톤홀딩스 설립자 : ((코너스톤홀딩스가) 허재호 전 회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전혀 관련 없습니다. 저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국세청은 2014년 '코너스톤은 대주그룹이 지배하는 법인', '허 씨가 전 씨를 대표자로 내세운 법인'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허 씨 관련 의혹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고 사흘 뒤 허 씨는 뉴질랜드로 출국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그래픽 : 김한길·이재준·임찬혁)

---

<앵커>

대주그룹 때문에 피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대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아파트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 또 공사를 하고도 돈을 다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유수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유수환 기자>

지난 2006년 말, 20년 근무한 대학병원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며 경기 용인 대주건설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황미영 씨.

이듬해부터 현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더니 2008년 말이었던 아파트 입주가 계속 미뤄졌습니다.

[황미영/아파트 분양 피해자 : (남편이랑) 직장 맞벌이였고, 내 평생에 기흥 호수 옆에 집 하나 가지려고 시작을 했는데, 2008년 말이 입주인데, 2007년도 11월에도 12월에도 땅만 파고 건물이 안 올라가니까, 이거 큰일 났다….]

입주를 포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고 비슷한 처지의 수 분양자 280여 명과 5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해 2013년 대법원에서도 이겼지만, 돈을 돌려받지는 못했습니다.

[김양수/아파트 분양 피해자 : 대법원에서 판결 나면 대법원에서 돈 주는 줄 알았어요. 대법원이라는 그 어마무시한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든 돈을 돌려받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종이 쪼가리예요.]

이들은 이후 허재호 전 회장과 그 일가가 자신들이 받아야 할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법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분양자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습니다.

[황미영/아파트 분양 피해자 : 우리 같은 사람들 돈 다 떼어먹고, 돈 안 갚고. 공사 대금 하나도 안 내고. 세금 한 개도 안 내고. 전기세 2백몇만 원짜리 이런 것도 안 내는 파렴치한들이에요.]

해당 아파트 토목 공사를 맡았던 대주건설 하청업체 대표 A 씨.

공사대금 22억 5천만 원을 받지 못해 빚이 계속 불어나자 2009년 회사는 부도를 피할 수 없었고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이어 법원 승소 판결이 나왔는데도 대주그룹 측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대주건설 전 하청업체 대표 :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은 걸 생각하니까 한때는 세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매일 돈에, 빚에, 전화에 시달리고, 친인척 또 돈 빌려다가 온 분들한테도 다 그렇게 사기꾼이 된 거고.]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CG : 임찬혁·김문성)

---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현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피해자 구제 오래 안 된 이유?

[이현영 기자 : 피해자들의 이 고발과 진정으로 시작됐던 각종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은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임, 횡령 의혹에 대해서 허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했고요. 재산 빼돌리기 창고로 지목된 코너스톤홀딩스도 앞서 보신대로 수상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이 수사의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결국 피해자들의 고통만 더 커진 셈입니다.]

Q.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은?

[이현영 기자 : 경찰은 지난해 허재호 씨의 일부 배임, 횡령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불송치했는데 검찰이 지난 2월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경찰이 다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검경이 허 씨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보여서 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Q. '판사 사위 의혹' 대법원 입장?

[이현영 기자 : 대법원은 앞서 저희가 보도한 의혹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직 법관의 재판부 로비 의혹이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허재호 씨 본인 입을 통해서 제기된 만큼 사법부가 신속히 진상조사에 나서는 게 지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일 겁니다. 지금도 계속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실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끝까지 판다 팀도 계속 취재를 하겠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