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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호텔 화재 현장에서 땀에 흠뻑 젖은 한 소방대원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떨구고 무릎을 꿇은 채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어제(20일) 부산 해운대구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을 마친 뒤 소방대원의 사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투숙객들은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대피 안내와 화재 진압 덕분에 큰 부상자가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해당 사진을 찍은 이는 현장에 머물렀던 투숙객 김재필(57) 씨로, 그는 오늘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당시 대피 상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당시 객실 내에서 체크아웃을 준비하던 김 씨는 호텔 직원이 객실마다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 비상 상황임을 직감했고, 아내와 함께 복도로 뛰쳐나갔으나 이미 복도에는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그는 "불이 나면 승강기 이용을 자제해야 하지만 당시 계단에는 이미 연기가 차 있었고 호텔 직원 안내에 따라 승강기를 이용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었다"며 "게다가 머물렀던 객실이 있는 7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면 4층까지 간 뒤 승강기를 갈아타야 해 어려웠다"라고 대피에 막막함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다 "그 순간 갑자기 소방대원이 다가와 산소 마스크를 건네줬고, 안내에 따라 착용하고 무사히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며 "건물 밖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순간 지하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무릎을 꿇고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불은 지하에서 발생했지만 연기가 상층부까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고 1층까지 내려오는 게 복잡한 구조라 대피 과정에서 자칫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소방관들이 침착하게 대피를 유도해 다행히 투숙객 중에는 다친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1층으로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들은 4층 야외수영장 테라스 공간에 대기하다 사다리차로 구조됐고,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 중 일부는 헬기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발생한 화재로 투숙객 170여 명이 대피했고 투숙객 3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경미해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3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아찔한 화재였지만 소방관들의 헌신으로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