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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단독] "판사 사위 로비로 노역일당 5억 됐다"

<앵커>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그 돈을 낼 수 없는 경우에는 노역으로 대신하게 됩니다. 하루 노역의 대가인 일당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지만, 대개 10만 원 안팎에서 정해지는데, 일당이 5억 원이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9년 전, 이른바 황제 노역 사건으로 큰 분노를 자아냈던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입니다. 한때 계열사가 41개로 재계 50위권이었던 대주의 허 전 회장은 5백억 원대 탈세, 또 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1심에서 벌금 500억 원에 집행유예가 나왔고 이어서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벌금을 절반으로 깎으면서 또 일당은 5억 원으로 두 배 높여서 50일 동안의 노역장 유치를 선고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허 전 회장이 돈이 없다면서 노역장으로 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아무리 재판부 재량이라지만 어떻게 일당 5억 원을 선고할 수 있느냐는 비난 속에 이런저런 의혹이 나왔었는데 저희 끝까지판다 팀이 그 내막을 알 수 있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바로 허재호 전 회장 본인이 저희에게 직접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현영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기자>

SBS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지인의 지난 1월 통화 녹음을 입수했습니다.

허 씨는 황제노역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0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한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나 일당 5억을 만들어준 게 그놈이야.]

다름 아닌 현재도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자신의 사위 김 모 판사입니다.

김 판사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당시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장인 A 전 부장판사를 따로 만났고, 이를 통해 노역 일당이 1심의 2배인 5억 원이 됐다는 게 허 씨 주장입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 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재판장은 11층에 살았어. 자기가 같은 아파트에 있으니까 일당을 5억으로 올려주라고 로비를 해가지고, 2억 5천만 원에서 고등법원에서 5억 원이 된 거야.]

여러 차례 '로비'라는 단어를 쓰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설명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 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그때 무슨 로비를 했냐면, (1심에서) 자수에 대해서 판결이 반영이 안 됐더라, 그래서 (김 판사) 네가 한 번 가서 좀 이야기를 해라. 그래서 처음에 고민을 했거든, 너무 일당이 많으니까. 그러다 몇 번 가 가지고 그게 됐어.]

실제로 해당 판결엔 허 씨가 언급한 자수서가 추가 감경 사유로 반영됐습니다.

허 씨는 최근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자신이 당시 김 판사에게 A 전 부장판사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SBS와 통화) : 그것을 뭐냐 하면 김ㅇㅇ(판사)한테 이야기하니까 자기가 그러면은 A 부장(판사)을 만나려 한다고. 당연히 그냥 아래 윗집에 살고 있으니까. 그러면 당연히 하죠.]

허 씨 주장 진위를 따지기 위해 김 판사와 A 전 부장판사가 살았다는 광주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은 로비 장소로 대주건설이 시공한 이 아파트를 지목했습니다.

2심 재판 당시 허 전 회장 사위와 재판장은 이 아파트 몇 층을 사이에 두고 살던 주민들이었습니다.

[인근부동산 : (A 전 부장판사가) 사셔가지고 2007년도인가 입주하셨다가 2016년에 팔았어요.]

허 씨는 A 전 부장판사가 2007년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올 때 도움을 줬었다고도 말했습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SBS와 통화) : 내 남동생 하고 A 전 부장판사가 친구사이예요. 그 친구가 중간에 소개를 했죠. 바꿔치기를 했을 거예요. (A 전 부장판사가) 그때 돈이 없다 해서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회사에서 매입을 하고 우리는 판매 가격에 (대주아파트를) A 전 부장판사한테 팔았죠. 그 차액을 아마 받았을 거예요]

A 전 부장판사가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김 판사 부인을 비롯해 허 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가 아파트를 매입한 걸로 기록돼 있습니다.

대주건설이 시공한 새 아파트로 A 전 부장판사가 이사하면서 기존에 살던 아파트는 허 씨 가족 회사가 사들인 겁니다.

허 씨는 다만 사위 김 판사를 통해서든,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든 당시 A 전 부장판사에게 금전적 이득을 준 건 없었다고 SBS 취재진에게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4년 황제노역 판결 논란과 함께 문제의 아파트 매매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광주법원장이던 A 전 부장판사는 사표를 냈는데, 대법원은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A 전 부장판사는 취재진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고, 서면 질의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대리인을 통해 "당시 신입 판사였던 자신이 친분관계도 없는 고위 법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지역사회 유력 인사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허 씨가 자신에게 그런 요청을 할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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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현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녹취 입수 배경?

[이현영 기자 : 지난 2010년에 대주그룹 부도 이후에 아직까지도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끝까지 판다 팀에 상당량의 문서와 허재호 씨 일가 의혹을 제보해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이 녹취파일이었습니다.]

Q. 뒤늦은 폭로 배경?

[이현영 기자 :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모 판사의 장모, 황 모 씨와 허재호 씨는 3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였는데 이들이 2014년 말부터 재산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허 씨는 황 씨 측 재산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고 황 씨는 전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런 다툼 속에서 허 씨가 올해 초에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던 여러 이야기들을 자신의 지인에게 털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사위, 김 모 판사 관련 얘기였습니다.]

Q. 허재호-판사 사위 관계 틀어진 배경?

[이현영 기자 : 허 씨는 김 판사가 장모를 도와주면서 자신이 재산을 찾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허 씨 자신에게도 치부인 이런 내용을 폭로한 배경에는 돈 문제 같은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양측의 사적 분쟁과는 별개로 이런 허 씨 발언들이 황제노역 사건 관련 실체를 파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취재를 시작했고 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한 끝에 뉴질랜드에서 머물고 있는 허 씨를 직접 접촉해서 녹취 관련 이야기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사위 김 판사 측 입장은?

[이현영 기자 : 일단 이 김 판사 측은 장인 허 씨가 자신과 장모를 허위사실로 음해하고 있다, 전부 거짓말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전달받은 허재호 씨 반응은 이랬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 회장 (SBS와 통화) : 거짓말이요? 그네들이 거짓말하고 있어요.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이 상대편을 거짓말로 보지라.]

현직 법관의 재판 개입이라는 중차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법부가 직접 나서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걸로 보입니다.]

Q. 내일 보도는?

[이현영 기자 : 내일은 김 판사와 관련한 다른 비위 의혹들과 함께 또 허재호 씨가 사법부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또 어떤 특혜를 누렸는지를 차례로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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