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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인이 무시"…중국인 반한 감정 '아슬아슬'

[월드리포트] "한국인이 무시"…중국인 반한 감정 '아슬아슬'
지난달 30일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중국인 남성이 최근 친구들과 한국에 여행을 갔다가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 남성은 한국의 관광지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한국 여성이 갑자기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했다고 했습니다. 영상에는 '중국XX' 등 한국어로 된 욕설이 등장합니다. 이 남성은 한국어를 할 줄 알았습니다. 욕설을 알아듣고 항의했습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까지 섞어가며 항의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김지성 취재파일_수정
▲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 영상 속 남성은 "한국 여성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성이 욕설" 영상, 조회수 1억 5천만 회 넘어

어떻게 보면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 이방인을, 외국인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 사건을 확대했습니다. 웨이보에는 '#한 남성이 한국에서 무시당했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조회수가 단숨에 1억 5천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6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한국에 좋은 내용일 리 없었습니다.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러기에 왜 한국에 갔느냐'며 영상을 올린 남성을 탓하는 댓글도 있습니다.

김지성 취재파일
▲ 웨이보에 '한 남성이 한국에서 무시당했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조회수 1억 5천만 회, 댓글 수 6천200여 개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일까지 소환됐습니다. 중국 SNS에는 지난 1월 한국에 간 중국인들이 목에 노란색 카드를 걸고 있는 사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당시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할 때였고, 한국 방역당국은 중국발 입국자 중 단기 체류자를 구분하기 위해 노란색 카드를 나눠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은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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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SNS에는 지난 1월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들이 목에 노란색 카드를 걸고 있는 사진이 재등장했다.
 

시진핑 한국 기업 방문 때만 해도 한중 관계 낙관적

중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최근 한중 관계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기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한중 관계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 방송은 자국의 무역박람회를 소개하면서 외국 참가 업체를 대표해 한국 기업 관계자를 인터뷰해 내보냈습니다. 앞서 중국 광둥성의 기업 환경을 전하는 기획 보도에서도 한국의 대기업 임원을 인터뷰해 방송했습니다. 인터뷰 하나까지 당국과 철저히 조율해서 내보내는 중국 관영방송의 특성상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정점은 시진핑 주석의 한국 기업 방문이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12일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를 직접 찾았는데,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첫 외국 기업 방문이자, 시 주석의 집권 기간을 통틀어도 한국 기업 방문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을 놓고 저울질하다 한국 기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참여, 상호 비자 발급 중단 등 그동안의 두 나라 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윤 대통령 '타이완 문제' 발언 이후 관계 돌변

하지만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다시 급반전했습니다. 중국은 '힘에 의한 타이완 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 '타이완 문제는 북한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이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습니다. 타이완을 자국의 영토라고 여기는 중국은 "타이완 문제는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연일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거친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의 발언이 중국 당국자의 공개 발언을 통해 흘러 나왔고, 중국 관영매체들도 "윤 대통령의 발언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악의 발언"이라고 가세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2일에도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 "백악관이라는 가장 비싼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 부르고 왔을 뿐 성과가 없다"는 한국 야당의 비판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지성 취재파일
▲ 중국 관영 환구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 부른 것"이라는 한국 야당의 비판을 그대로 실었다.

당장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은 갑자기 변한 중국 당국의 태도, 중국인들의 반응에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자칫 2017년 사드 사태처럼 반한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 아닌지, 중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내 반한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 영화제의 사전 예매가 단 30초 만에 끝나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타이완 문제'를,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한국 정상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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