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못지않게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있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은 과연 무슨 꿈을 꿨을까, 그 돈으로 뭘 할까 같은 궁금함이죠. 이게 재벌 회장님들에 대한 궁금증과 차이가 있다면 아마 '야나두(야, 나도 할 수 있어)'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오르지 못할 나무이냐, 나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나무이냐 정도의 간극이랄까요.
하지만 로또 1등 당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충족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만큼 그들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신원을 공개하는 그 누구라도 형사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나도 나무에 오르려면 그들이 행운을 거머쥐기까지 일련의 서사를 좀 알아야 할 텐데,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으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사무처에 따르면 복권 사업자 측에서 로또 1등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합니다. 얼마 전 SBS가 보도한 뉴스가 바로 최근 2년간 '로또 1등 당첨자 설문' 결과입니다. 물론 응답은 자율적이라 질문마다 대답한 당첨자 총 인원이 다 다릅니다. 통계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자료이고 외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비책'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지난해 '1등 당첨자 설문'에 따르면 복권을 사게 된 이유(129명) 중 최다가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해서>였습니다. 그 다음이 <즐거운 상상을 하며/재미로>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좋은 꿈을 꿔서>라는 응답은 3위였습니다. 복권 사업자 측은 그렇다면 무슨 꿈을 꿨는지도 물었습니다. 1위는 <동물 꿈>, 2위는 <조상 꿈>이었는데 재작년과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어떤 동물이었는지' 설문 내용에는 없다는 점입니다. 돼지라고 추측은 되지만, 혹시 다른 동물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작년과 달라진 응답 중에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었습니다. '당첨금을 어디에 쓸 건지(94명)' 물었더니 <대출금 상환>이 가장 많았습니다. 재작년 같은 질문(215명)에는 <주택/부동산 구입>이 1위였는데 말이죠. 그만큼 작년에는 고금리에 서민들 허리 많이 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당첨자들의 직업군에 눈이 갔습니다. 행운의 주인공들은 직업이나 보유 재산 정도를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설문에 응한 인원이 50-60명대에 불과했습니다. 직업을 묻는 질문(64명)에 <생산직, 운수, 단순 노무직>이 1위를 차지했고, <자영업자>가 2위, <사무직>과 <서비스직>이 공동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가정주부, 학생>은 4위였는데 3위와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당첨 사실을 누구에게 알릴 건지(77명)'도 관심 가는 질문입니다. 40%가 <배우자에게 알린다>라고 가장 많이 답했는데, 26%로 2위를 차지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를 넉넉히 제쳤습니다. 재작년 같은 질문(178명)에도 47%가 <배우자에게 알린다>로 1위였고, 28%가 <아무에게 알리지 않는다>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제 주변에 물어보니 반응이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래도 절반 가까이는 배우자에게 알린다는 거네."와 "배우자에게 알리겠다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되네." 여러분 생각도 이렇게 갈릴지 궁금하네요.
전체 설문 결과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 요청이 많아, 설문지를 첨부합니다. 설문지는 SBS 취재 결과이오니 인용할 때 반드시 출처를 다셔야 합니다. 이 자료를 통해 '행운의 주인공들'에 대한 여러분의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충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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