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훌쩍 넘은 소나무인데 보시는 것처럼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쓰러져 있습니다.
이 소나무류는 겨울철 숲을 건조하게 하는 데다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송진까지 있어서 이렇게 산불이 날 때마다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매년 산불로 시름하고 있는 동해안에서는 잿더미가 된 산불 현장에 또다시 소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1년 전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산골짜기.
벌겋게 토사가 드러난 산등성이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나무 심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심어진 건 하나같이 어린 소나무 묘목.
전체 14만 그루 중 70% 이상이 소나무입니다.
소나무숲이라 산불 피해가 더 컸던 이 사유림에 정부 보조금을 들여서 또다시 소나무숲을 만든다는 겁니다.
![산불로 쓰러진 나무](http://img.sbs.co.kr/newimg/news/20230422/201776189_1280.jpg)
[박대웅/산불 지역 주민 : 단시간에 좀 많이 소득을 올릴 수가 있으니까 송이 때문에 소나무를 많이 원하는 거죠.]
하지만, 산림청 실험 결과 활엽수인 참나무는 불길이 일정하게 타들어 가는 반면, 소나무는 초기 진화가 된 후에도 재 속에 남은 불씨 때문에 재발화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소나무 산불 피해가 심각했던 강원과 경북 두 지역에서 지난 5년간 나무 심기 내역을 확인한 결과, 모두 53종의 나무가 식재됐는데 이중 소나무가 전체의 17%, 낙엽송에 이어 2번째로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사유림이라도 나무 심는 비용을 거의 대부분 정부가 댄다는 겁니다.
현행 조림 보조금 제도상 사유림 조림 비용의 90%는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산주가 내는 몫은 10%에 그칩니다.
정부는 연간 보조금 1300억 원을 쓰면서도 어떤 나무를 심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겁니다.
[윤여창/자연과 공생 연구소장 : (현행 조림 보조금은) 빨리 베고 빨리 심고 하는 그런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해안 같은 경우는 소나무가 선정이 되는 경우가 많죠.]
1970년대 산림녹화가 시급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사유림 지원책인데, 조림, 벌목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겁니다.
해외의 경우 단순히 나무 심었다고 돈 주는 게 아니라, 조림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실제 공익적 생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숲에만 보조금을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소나무](http://img.sbs.co.kr/newimg/news/20230422/201776190_1280.jpg)
방금 보신 것처럼 공익적 생태적 숲을 가꾸려면, 송이버섯이나 소나무 목재 등을 얻기 어려워질 테니 사유림 산주들이 반기지 않겠죠.
이럴 경우 소득 보전을 얼마나 해줘야 생태숲에 참여하겠냐고 산주들한테 물었더니, 지금 보시는 이 크기가 1ha인데요.
1ha 당 매년 18만 원을 보조해 줘야 참여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무 심은 뒤 벌채할 때까지 기간을 50년으로 치면, 총 900만 원 꼴이죠.
그런데 현재 정부가 소나무 심기 대가로 산주들한테 주는 보조금이 ha 당 905만 원씩입니다.
이쪽저쪽 액수는 비슷한데, 산불 키우는 소나무 심는데 보조금 줄 거냐, 아니면 산림의 공익적 기능도 키우고 산불에도 강한 숲을 만들 때 지원할 거냐는 원칙의 차이입니다.
산불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기후 위기 시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조림 보조금의 구조 개선이 시급합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전경배·유동혁·조창현, 영상편집 : 하성원·이승희, CG : 임찬혁·김문성, 헬기조종 : 민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