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7일) 인천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또 1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 앞에서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이 더는 생기지 않을지 고민하면서 관련 뉴스 전하겠습니다. 피해자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태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태권 기자>
아파트 현관문 앞에 흰 국화꽃 한 다발이 놓였습니다.
오늘 새벽 1시 20분쯤, 30대 여성 A 씨가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호흡과 맥박이 멈춘 뒤였습니다.
A 씨는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 남 모 씨의 125억 원대 사기 피해자 중 1명이었습니다.
현관문에는 이렇게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수도 요금 체납으로 단수 예정이라는 고지문이 붙어 있습니다.
[한상용/이웃 주민 : 소통방에 이런 소통도 자주 하셨었어요. 젊은 분이 이렇게 돌아가셔가지고 안타깝죠.]
A 씨는 지난 2019년 보증금 7천200만 원에 계약을 맺었고 2년 뒤 임대인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9천만 원으로 보증금을 올려줬습니다.
그런데 전세 사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해당 아파트 60세대가 통째로 지난해 6월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보증금이 8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최우선 변제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A 씨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경매 중지와 함께 낙찰 우선권을 피해자에 부여하는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김병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 : 정책 만들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저희는 낙찰자가 또 생겨요. 그러면 또 나가야 되고. 바뀐 건 없고 사람만 계속 이런 일이 나오고.]
전세 사기는 피해자 때문이 아니라는 목소리 속에 내일은 전국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과 함께 피해자 추모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 영상편집 : 이소영,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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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토부는 지난 2월 전세 사기 예방 대책과 피해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 대책에도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받는 이유를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반석 기자>
전세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소액 임차인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일부는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정부가 소액 임차인의 기준과 변제 금액을 상향 조정해 보증금이 서울은 1억 6천500만 원, 광역시는 8천500만 원 이하인 세입자들이 우선 변제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높여 대상 기준을 넘기면 한 푼도 못 받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 시세가 올라갈수록 전세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법에 적용이 안 되는 거예요. 여기 세입자들 5명이 다 아무도 못 받아요.]
오늘(17일) 사망한 A 씨도 보증금을 9천만 원으로 올리면서 대상 기준을 넘어가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태근/세입자114운영위원장 (변호사) : 현재 법원 판례가 사실상의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거죠. 정부에서 계속 소액 임차인 보호 목적으로 증액하고 있는데, 사실상 증액을 해도 보호를 못 받는 규정인 거예요.]
다른 정부 대책들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저금리 전세자금대출은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롭고, 긴급 주거 지원 대책도 주택 규모가 작거나 기존 주거지에 멀리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인천시가 긴급 주거 지원 주택 200여 가구를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단 8가구만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 지금 정책들 나오는 거는 금리를 싸게 해주겠다. 이미 빚이 있는데. 그리고 무주택으로 해주겠다, 네 집을 사라. 내 돈은 다 잃었는데….]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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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정반석 기자와 절실하고 현실적인 대책은 없는지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Q.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정반석 기자 : 피해자들은 경매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우선매수권이라도 달라고 또 말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물건이 경매에 나가면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일명 '꾼'들이 경매에 들어와서 물건을 쓸어가고 정작 피해자들은 자기가 살던 집도 낙찰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경매 중지·우선매수권 주면 문제 풀리나?
[정반석 기자 : 전세대출이 있는 임차인은 경매 완료 이후 대출금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추가 대출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낮은 금리로 경매 낙찰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는데, 정부가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근본적으로 공공기관이 먼저 보증금을 임차인들에게 돌려주고, 그 이후에 주택 경매 등으로 회수하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Q. 정부 입장은?
[정반석 기자 : 국토부와 인천시 관계기관들이 오늘(17일) 오후 긴급히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단전·단수 조치를 당분간 유예하도록 했고요. 정부에도 경매를 유예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를 했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는데요. 사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경매를 행정당국이 강제로 중지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국가 예산으로 사기 피해 금액을 탕감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단 국토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매 절차 자금 지원 등을 법무부와 금융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정부 대책의 취약점을 보완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도록 검토 작업을 서둘러야겠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