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인후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주현(55)씨 부부는 10년 전 가게가 위치한 상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물의 한가운데를 뚫어 주민들의 통로로 내놨습니다.
현재 이 통로는 인근에 위치한 인후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통학로로 쓰이기도 하고, 인근 주민들의 지름길로 통하기도 합니다.
이들 부부가 건물 한가운데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게 된 것은 10년 전 해당 부지에 건물을 세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들 부부는 당시 주차장이었던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 쇠 파이프를 둘러놓았다가, 하루 200~300명의 아이들이 쇠 파이프 밑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같은 아이들의 행동을 막기 어려웠던 부부는 "여기를 막아 상가를 세워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하나"라는 고민 끝에 상가 내부를 뚫어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해당 통로는 약 99㎡(제곱미터)로, 평수로 따진다면 약 29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입니다. 만약, 이곳을 메워 세를 놓았다면 10년 간 다달이 임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박주현 씨와 아내 김지연 씨
하지만 이들 부부가 선뜻 이 공간을 주민들을 위해 내놓으면서, 지난 10년간 건물 인근에 위치한 인후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의 안전한 지름길로 거듭났습니다.
이 통로를 통해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인후초등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이면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통학할 수 있었고, 몸이 불편하거나 급한 용무가 있는 주민 역시 빠른 길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통로 앞뒤로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과 '아파트 가는 길'이라 적힌 푯말을 걸어두기도 한 이들 부부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아이들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대전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등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