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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사진
사건 발생 21년 만에 결정적 물증이 발견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오늘(4일) 유력 용의자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 중 한 명인 이정학(52)을 지목했습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오늘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최소한 이정학은 이 범행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지목한 근거 중 하나로 백 경사 피살사건 때 쓰인 흉기의 종류를 들었습니다.
숨진 백 경사 몸에서 발견된 상처로 미뤄 범행에 쓰인 흉기는 식칼이나 과도, 등산용 칼이 아닌 회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판단입니다.
이정학은 2004년 7월 대전에서 유흥주점 업주를 대상으로 강도를 계획했다가 검거됐을 때도 회칼과 노끈 등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 회칼은 현재는 폐기돼 유전자(DNA) 분석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밖에 이정학을 유력 용의자로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정황 증거와 진술이 추가로 있다면서도, 원활한 수사 진행을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 과장 김 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 이승만은 무기징역, 이정학은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경찰은 지난 2월 13일 이승만으로부터 '사라진 백 경사 총기의 소재를 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고 백 경사 피살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3일 이승만이 말한 울산시 한 여관방의 천장에서 백 경사의 권총을 찾았으나 함께 사라진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모두 "백 경사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다"라면서 서로에게 범행을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진술이 엇갈린 만큼, 내일(5일) 이승만과 이정학을 상대로 첫 대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쯤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한 백 경사 피살사건은 전국 주요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힙니다.
추석 연휴에 홀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백 경사는 온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백 경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전북경찰청은 프로파일러 등이 포함된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