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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 진주 대신 전구 걸자…"뺨 맞은 기분" "신선한데?"

'AI 귀걸이 소녀' 네덜란드 미술계 후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페르메이르의 원작(오른쪽)과 인공지능(AI)이 그린 모작 (사진=율리안 판디컨 인스타그램·위키피디아 등 캡처, 연합뉴스)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1665년 완성한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페르메이르의 원작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대여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애호가들의 모작 여럿을 공모해 전시했는데, 이 가운데 한 점이 AI가 그린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라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은 귀에 걸린 장신구가 LED 전구처럼 빛을 내며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AI의 작품이 예술에 속하는지, 미술관에 다른 유서 깊은 명작들과 함께 걸릴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현지 미술계가 격렬한 논쟁에 빠져들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율리안 판디컨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티브로 한 작품 전시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는 AI로 작업한 그림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를 출품했습니다.

그는 인터넷에 올라 있는 관련 이미지 수백만 개를 토대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자신이 생각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도 사용됐습니다.

미술관 측은 접수한 총 3천482점 중 170여 점을 원작이 있던 전시실에 디지털 형식으로 전시했고, 판디컨이 제출한 것을 포함해 총 5점만 엄선해 실물(출력본)을 걸었습니다.

판디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물관에서 내 작품을 보는 것은 초현실적이었다"고 감상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예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두고 날이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작가인 이리스 콤핏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페르메이르의 유산은 물론 활동 중인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는 AI 도구가 다른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며, 그림 자체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다만 미술관 공보담당 보리스 더뮈닉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고, 사람들 사이 찬반이 갈린다"면서도 "작품을 선정한 이들은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했고, 결국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판디컨의 출품작에 대해 "가까이서 보면 주근깨가 약간 으스스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우리는 이것이 멋진 그림이며, 창조적인 과정이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AI가 새로운 것이라고 하지만, 나이 든 이들은 전통적인 회화를 더 좋아한다고들 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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