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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20년간 똥물 먹게 해놓고…" 고통받던 주민 분노 터졌다

강원 홍천 축협 목장 폐수
"자연이 너무 좋아서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똥물 먹게 해주신 홍천축협분들, 이를 등한시하고 내버려 둔 홍천군 덕에 저는 이제 이곳이 싫어요."

"비 오는 날이면 냄새가 코를 찔러서 살 수가 없어요."

150여 세대 24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홍천군 화촌면 장평1리 솔치마을.

이곳 마을 주민들이 홍천축협에서 운영 중인 목장에서 유출되는 폐수로 인한 고통을 참다못해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20년 넘게 축협과 군청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이 중 일부는 땅과 집을 모두 내놓고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평1리 주민들은 최근 마을회관에서 '축협 목장 축산 폐수 유출 피해' 설명회를 열어 홍천축협과 홍천군 관계자에게 지난 1년간 촬영한 피해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확인된 피해만 22차례였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어렵사리 들여다본 목장 내부는 배수로 정비가 엉망이었고, 축사 주변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염소똥이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강원 홍천 축협 목장 폐수 (사진=연합뉴스)
▲ 축사 폐수 유출 문제의 근원지. 주변에는 검은색 염소똥이 쌓여 있다.

제때 치우지 않고 목장에 쌓아두기만 한 염소 분뇨 수십 톤은 비가 오면 마을 길을 타고 그대로 쓸려왔습니다.

강원 홍천 축협 목장 폐수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6월 비 내린 뒤 검은색 염소 똥이 마을까지 쓸려온 모습

새빨간 폐수는 인근 옥수수밭까지 흘러들었고, 이외에도 하천, 강, 마을 도로까지 가득 찼습니다.

강원 홍천 축협 목장 폐수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6월 비 내린 뒤 축산 폐수가 옥수수밭까지 들어찬 모습

강원 홍천 축협 목장 폐수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비가 내린 뒤 축산 폐수가 도로에 가득 찬 모습

폐수가 모두 빠지고 난 뒤에는 새카만 염소똥이 도로와 밭을 나뒹굴었고, 여름이면 곰팡이까지 자라나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또 얕게는 2m에서 깊게는 4∼5m에서 나오는 건수(乾水)에도 폐수가 침투해, 이를 식수와 농업용수로 쓰는 주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은 "2000년 홍천축협이 장평리 일대 젖소 목장을 인수한 뒤부터 발생했다"며 "가축 분뇨 등을 쌓아서 비료(퇴비)를 만드는 헛간인 '퇴비사'를 축사로 바꾸어버리고,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퇴비사로 대체하면서 분뇨가 제때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르쇠' 홍천축협·홍천군 측 뒤늦은 사과···개선은 아직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을 차원에서 홍천축협과 홍천군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된 건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축협과 군에 각각 개선책을 마련해달라는 건의서를 보냈으나 축협은 이마저도 묵묵부답이었고, 군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정근(64) 장평1리 이장은 28일 "여태껏 축산 폐수 유입 문제에 눈과 귀를 감아온 축협과 군청이 원망스럽다"며 "지금까지 청정 지역 농산물이라고 판매해왔는데 청정 이미지 추락은 물론 농산물 피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라고 호소했습니다.

20년째 사는 다른 주민도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축협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문전박대를 당하고, 군청에 전화에도 '알아보겠습니다' 하고 끝이었다. 이제는 집과 땅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며 폐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축협은 왜 오폐수 처리 시설도 없이 무방비하게 분뇨 섞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지, 군은 야구 인구 약 200명을 위해 70억짜리 야구장을 지어놓고는 왜 마을 주민 200여 명을 위한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에는 무관심한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설명회 당시 축협 측은 "올해 사업 계획에 개선책을 일부 반영했고, 염소는 모두 내다 팔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군 관계자는 "충분한 단속과 지도·감독을 못 한 점 사과드리고, 환경과 관련한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강원 홍천군 장평1리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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