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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고민'…아기 4명 양육 외면한 지적장애인에 실형

'판사의 고민'…아기 4명 양육 외면한 지적장애인에 실형
광주에 사는 A 씨(28)는 2021년 8월 21일 넷째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아기와 엄마 모두 축복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홀로 네 아이를 맡은 A 씨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앞서 낳은 아이들의 생부와 넷째 아이의 생부 모두 양육에 아무런 경제적·정신적 도움을 주지 않았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A 씨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월 80만 원 안팎의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해 어렵게 생활해왔습니다.

때때로 홀로 자신을 키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부탁했지만 어머니 역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자녀 3명을 방임한 죄로 법원에서 2021년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그 사이 넷째 아기를 돌보는 일을 또 소홀히 했습니다.

아기에게 BCG 1차 예방 접종만 한 뒤 B형 간염, 파상풍, 백일해,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등 다른 필수 예방 접종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생후 20일도 안 된 2021년 9월 초 친정어머니에게 "하루만 봐달라"고 아기를 맡긴 뒤 한 달간 가출했습니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입양을 보내라"며 외면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려운 처지의 임신부를 미혼모자 시설에서 임시 보호합니다.

출산 후에는 주민센터와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을 통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양육비 청구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A 씨는 이를 몰라 그저 회피했습니다.

결국 A 씨는 또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번에는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광주지법 형사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규정을 언급했습니다.

"A 씨는 누구보다 피해 아동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면서도 "친부가 떠나고 혼자인 상황에서 A 씨를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고민의 지점을 표했습니다.

또 "피해자에게는 하나뿐인 엄마에게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능성이 작더라도 교정을 통해 A 씨가 출소 후 애정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돌볼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하루빨리 엄마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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