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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택시기사 죽였다는 이기영…강도살인 어떻게 입증됐나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살인죄, 그리고 강도살인죄.

사람의 목숨을 해쳤다는 중대한 결과로 보면 언뜻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두 죄명이지만, 형량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원은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데, 강도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중에서 선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수사팀은 초기부터 이기영(31)의 택시 기사 강도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습니다.

우연한 교통사고 이후 모든 것이 우발적이었다는 이 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그렇게 되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씨는 이런 판단을 비웃듯이 경찰 조사에서조차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택시기사·동거녀 살해범 31세 이기영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수사 기간 내내 "합의금을 주려고 집에 데려온 건데, 택시 기사가 요구한 합의금이 너무 많아서 다툼이 생겨 홧김에 살인했다"는 것이 이 씨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씨가 애초에 합의금을 줄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는 사실을 수사팀은 입증했습니다.

당시 이 씨의 통장 잔고는 10만 원에 불과해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살해한 동거녀의 반지를 금은방에 팔아 40여만 원을 챙길 정도로 곤궁한 상황이었습니다.

또 군대에서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전역을 한 뒤 뚜렷한 직업 없이 가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카드값이나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해온 그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목격담에서 전해지듯 이 씨는 평소 재력과 관련한 과시적인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이 씨는 주변에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다", "큰돈을 상속받았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친구 아들을 잠깐 맡아주면서 마치 자기 아들인 것처럼 소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한때 근무했던 회사에서 4억 원을 횡령해 그 돈을 가족 창고에 쌓아두고 숨진 동거녀에게 매달 생활비로 줬다는 얘기를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으면서도 했었는데, 모든 것이 완전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오늘(4일)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도 계속 속이면서 자기 상황에 대해 그럴듯하게 말을 하던 이기영이 증거들에 의해 온갖 거짓말이 다 들통나자 마지막에 무너졌다"면서 "결국 '죄송하다'고 하면서 범행을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기영 동거녀 시신 찾는 수색견

이 씨의 거짓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진술을 믿어주는 듯했던 수사관들이 어느 순간 각종 증거자료를 들이밀며 압박하자 이기영은 시신 유기 관련 진술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에 살해한 동거녀의 시신을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 그냥 유기했다던 이 씨는 검찰 송치 전날인 어제 돌연 말을 바꿨습니다.

시신을 그냥 천변에 내다 버린 게 아니라 땅을 파서 묻었다며 정확한 위치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이 씨는 "마지막으로 이제 진실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수사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자 이기영은 "밤에 땅 파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이후에도 계속 현장에 찾아와서 보고 시신이 유실돼 범행이 발각되지는 않을지 체크했다"고 하면서 펄펄 뛰었다는 후문입니다.

이 씨는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대출받아 7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오늘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 씨에 대해 진행 중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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