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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셔터 너머 TV로 월드컵 즐긴 아르헨티나 노인…"내겐 최적의 장소"

아르헨티나 길거리 할아버지
길거리에서 조용히 혼자 월드컵을 지켜보던 80대 아르헨티나 할아버지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아르헨티나 일간지 로스 안데스(LOS ANDES) 등 현지 매체들은 카를로스 베하르(Carlos Bejar, 82)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와 4강전을 치르던 지난 13일, 할아버지는 TV판매점 앞 의자에 홀로 앉아 조용히 경기를 즐겼습니다.

당시 거리엔 사람들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집 또는 식당 등으로 들어가 한산했고, 취재차 거리로 나간 한 기자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포착해 SNS에 공유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길거리 할아버지

기자가 공개한 사진에는 TV판매점 주인마저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해 셔터가 내려온 상황이었고, 할아버지는 셔터 너머의 TV를 보며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33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혼자 전시용 TV로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는 할아버지를 본 현지 누리꾼들은 "우리가 돈 모아서 TV 사드리자",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저랑 같이 보실래요?", "결승전은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케이블 유선 연결이 어려운 구형 TV가 있어 집에서 월드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조별리그 경기 때는 카페에서 봤다. 하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힘들었다"면서 "골이 터질 때 환호하는 건 좋았지만, 손님들이 경기 내내 말을 멈추지 않았다"며 길거리 관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어 "나도 예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을 봤지만 이제 그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혼자 남았다. 이제는 혼자 보는 게 익숙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텅 빈 조용한 거리와 대형 TV로 중계를 볼 수 있는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며 네덜란드와의 8강부터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SNS를 통해 할아버지 사연을 접한 한 전자제품 회사는 할아버지에게 대형 TV와 함께 케이블 방송도 시청할 수 있는 안테나까지 선물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길거리 할아버지

이에 할아버지는 "TV를 선물로 줘서 고맙게 받았지만, 그보다 아직 사회에 따뜻한 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어쩌면 이번 월드컵은 마지막까지 길거리에서 혼자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reporte100.7 인스타그램,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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