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들한테 규정에도 없는 수수료를 받아온 대학이 있다고 어제(14일) 전해 드렸는데, 취재 결과 그 학교는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1년 치 등록금까지 미리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 학교 내부 회의에서는 중국 유학생이 늘어나서 학교 수입에 도움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학원 입학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에게 모집 요강에도 없는 수수료를 우리 돈으로 1명당 250만 원 안팎씩 받아온 서울의 한 예술대학.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일은 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과 달리 1년 치 등록금을 미리 받았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SBS 취재진에게 "유학생이 입학 후 한 학기 만에 자퇴를 많이 해 취한 방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기당 이수학점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대학원 학칙에는 학기당 이수학점이 12학점까지인데, 중국 유학생은 3~9학점으로 제한했다는 겁니다.
[A 씨/학교 직원 : 빨리 졸업하면 안 되니까요. 등록금을 더 받아야 하는데. 6학기인데 4학기에 미리 졸업해버리면 1년 치 돈을 1,300만 원의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난해 열린 내부 회의록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교수는 중국 유학생 유치가 가파르게 늘어나 수입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 대학 직원들은 대학 측이 재정 확충을 위해 중국 유학생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무리한 조치를 했다고 말합니다.
월급의 10% 정도를 기부금으로 내게 했다는 겁니다.
[D 씨/학교 직원 : 단체로 홀에다가 모아놔요. 종이를 보내죠. 사인하라고. 사람들이 갖고 있으면서 누가 먼저 사인하는지를 보죠. 계속 강제했어요. 자기 이름하고 (기부금) 계산까지 다 돼서 나왔으니까, 6개월 뭐 이렇게….]
지난 2월 내부 회의에서는 기부금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자, 한 보직 교수가 "대학이 파산하면 학생은 보호해도 교직원은 면직 처리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김병국/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 일방적으로 임금을 깎을 수는 없고. 고안해 낸 하나의 방법이 학교에 기부금을 내는 식으로 해서 급여에서 공제를 하고 대신에 그만큼의 임금 삭감 효과는 가져오는 거죠.]
대학 측은 등록금은 현재 학기별 수납으로 변경했고, 학점 제한은 한국어 교육 시간이 별도로 필요해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교직원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김세경,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전유근·최재영, VJ : 이준영, 자료제공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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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함께 취재한 박하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교직원에 그림 판매?
[박하정 기자 : 지난 2016년에는 졸업생들로부터 그림을 기부받아서 교직원들에게 판매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D 씨/학교 직원 : 총장님한테는 하여튼 (구매자) 리스트가 다 올라갔고, 이제 사람들이 눈치는 그냥 다들 봤죠. 누가 샀네, 누가 안 샀네….]
[박하정 기자 : 당시 그림을 전시한 사진인데요. 그림 가격은 일괄적으로 100만 원으로 책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림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는 학교 발전기금에 잘 쓰겠다면서 총장 명의로 감사문도 보냈다고 하고요, 학교 측은 미술학과 아이디어로 자체적으로 한 행사이고 강요는 없었다면서 당시 100여 점 중에 40여 점 정도 팔렸다고 해명했습니다.]
Q. 등록금에 의존?
[박하정 기자 : 외국인 유학생 유치나 급여공제, 이런 자구책을 찾는 것들이 사실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병국/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 국내 학생 수는 급감하기 때문에 (유학생으로) 이제 메꿔 넣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거고 보편화돼 있어요.]
[박하정 기자 : 사립대학의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교비회계 수입의 총액, 그 가운데 55.1%가 등록금입니다. 사학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인 법인전입금은 수입의 2.9%에 불과하거든요. 등록금 의존율이 이렇게 높다 보니까 학생 숫자가 줄어들면 바로 재정에 타격을 입는 구조입니다. 학사 운영은 잘되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을 점검하는 게 바로 교육부의 종합감사거든요. 이 교육부 종합감사 이 학교는 개교 이래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국공립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3년마다 종합감사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러한 시스템의 보완도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전유근)
[반론보도] <"유학생 유치로 재정 확충"…사학의 일탈> 보도 관련
위 보도 중 "2016년에 졸업생들로부터 그림을 기부 받아 교직원들에게 판매했다"는 내용과 관련하여, 학교 측은 "2014년경 미술학과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미술작품을 학교에 기증했고, 2016년경 40주년 기념 동문회 특별전시회에서 교직원 및 동문들이 위 기증 미술작품을 학교의 강요나 개입 없이 구매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