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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장은 꿈틀대는데…중국 '고강도 방역' 언제 풀리나

[월드리포트] 시장은 꿈틀대는데…중국 '고강도 방역' 언제 풀리나
지난 4일 홍콩 항셍지수가 5.36% 급등했습니다. 홍콩 증시는 11월 들어서만 10% 넘게 올랐습니다. 홍콩뿐 아닙니다. 4일 상하이 종합지수가 2.43%, 선전 성분지수가 2.68% 상승하는 등 범중국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기류는 뉴욕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4일 다우지수 1.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36%, 나스닥지수 1.28%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5.04% 오르면서 10월 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중국이 조만간 고강도 방역 정책,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물들입니다.
중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4일 홍콩 증시와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재개방 위원회 구성"…시진핑은 '노 마스크' 회동


이에 앞서 외신들은 중국의 방역 완화 가능성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7일 또는 8일로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항공편에 대한 운항 정지 규정을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국제 항공편에서 일정 기준 이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항공편의 운항을 1~2주간 금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방역 전문가가 한 회의에서 한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습니다.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4일 씨티그룹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문을 열 조건이 축적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변하고 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5~6개월 사이 많은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쩡광의 이런 발언은 중국 이코노미스트 훙하오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도 상통합니다. 훙하오는 지난 1일 트위터에 "중국 왕후닝 상무위원이 '재개방 위원회'를 구성해 이끈다고 들었다"며 "내년 3월 재개방을 목표로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다"고 올렸습니다. 왕후닝은 '중국몽(中國夢)'을 설계한 시진핑 주석의 책사로, 7인으로 구성된 중국의 최고 지도부 상무위원에 유임돼 향후 5년간 시진핑 집권 3기를 같이 할 인물입니다.
중국 이코노미스트 훙하오가 지난 1일 트위터에 올린 글


시장에선 시진핑 주석이 잇따라 외국 정상들과 회동한 것 역시 방역 완화 시그널로 받아들였습니다. 시 주석은 11월에 들어서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파키스탄 총리, 탄자니아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등 4명의 외국 정상들과 연일 베이징에서 회동했습니다. 이들 중 3명과는 마스크를 하지 않고 회동했는데,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문한 외국 정상들과 회동했을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상들을 마스크 차림으로 맞이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오늘(6일) 베이징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중단됐던 마라톤 대회가 3년 만에 열렸습니다. 이 또한 방역 완화 기대감 확산에 일조했습니다.
2월 5일 시진핑 주석·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회동 모습(왼쪽)과 11월 4일 시진핑 주석·숄츠 독일 총리 회동 모습. 숄츠 총리를 만날 때는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두 정상 간 거리도 가까웠다.

세 살배기 사망 등으로 여론 악화하자 '정밀 방역' 강조


중국 내부 상황도 방역 완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앞서 허난성 정저우시에선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기지인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봉쇄를 견디다 못해 많은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여기에 세 살배기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봉쇄에 반발하는 중국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지난 1일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3세 아동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아동의 아버지가 구조 요청을 했지만, 봉쇄 때문에 구급차가 오지 않아 아동은 끝내 숨졌습니다.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에선 봉쇄된 아파트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여성 추락사가 발생했고, 후베이성 우한 등에선 봉쇄 지역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란저우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세 살배기를 응급조치하는 장면(출처=트위터)

이렇듯 중국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정밀 방역'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통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최단기간에 가장 작은 희생으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정저우시 등 지방 정부들도 앞다퉈 "획일화된 통제에서 벗어나 정밀 방역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없는 지역에선 정상적인 생활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제로 코로나 유지"…"동요 말라" 경고 메시지인 듯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방역 당국이 5일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을 소개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중국 국내외에서 방역 완화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평일도 아닌 주말에 '정밀 방역'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뭔가 방역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총괄 기구인 국무원 합동방역통제센터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고 복잡하다"며 "외부 유입과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한 '제로 코로나' 방침을 흔들림 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중국의 방역 정책이 가장 정확하고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 잠복기와 전파력, 중증화율 등의 변화에 따라 조치를 최적화하고 정밀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지역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는 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의 큰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주말 기자회견의 목적은 "방역 정책은 바뀌지 않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였던 셈입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주말인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급히 기자회견을 연 배경은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10월 1일 548명에서 11월 5일 4,420명으로, 한 달 남짓한 사이 8배 이상 늘었습니다. 중국의 '제조업 허브'로 불리는 광저우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봉쇄되는 주거지와 건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책 전환 명분 있어야"…내년 3월까진 큰 변화 어려울 듯


중국은 현재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의료 현실 등을 감안한 조치인데, 그렇다고 마냥 고수할 수도 없습니다. 당장 중국 경제와 국민의 생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 불만도 한계점에 거의 다다른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탈출구'를 모색할 시점이 됐습니다. 이런 면에서 앞선 외신 보도와 방역 완화 전망이 틀린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명분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 온 중국이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국민에게 많은 물적·심적 희생, 심지어 인명 피해를 감수하게 했는데, '제로 코로나'가 최고의 방역 정책이라고 선전해 왔는데, 방역 정책을 시진핑 주석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아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향타를 돌릴 수는 없다는 분석입니다. 자칫 지금까지의 방역 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분설'을 제기하는 측은, 오미크론을 대체하는, 치명률이 더 낮은 새로운 변종이 우세종이 되거나, 획기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계보건기구(WHO)가 먼저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하는 경우를 상정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이뤄지면 중국도 '코로나 승리 대회'를 열어 "우리는 결국 코로나와 싸워 이겼다"고 선언한 뒤 방역 정책을 전환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지금 중국의 코로나19 상황과 정책 전환 준비 기간, 나아가 내년 3월에 시진핑 주석 집권 3기가 공식 출범하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가 개최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내년 3월까지는 전면적인 정책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사진=HK01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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