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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광부 "희망 없어 보여 한참 울었는데…'형님' 소리를 들었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큰아들과 손자를 만나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62·오른쪽) 씨와 보조 작업자 박 모(56) 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암흑 속에서 불빛이 보이더니 동료 한 명이 형님! 하면서 막 뛰어왔어요. 아이고 이제 살았구나 싶었죠."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박정하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박 씨는 사고 후 고립된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 모(56) 씨와 함께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 있어 출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괭이를 들고 눈에 보이는 암석을 10m 정도 파나갔지만 뚫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환한 광부 2명이 지냈던 갱도 모습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박 씨는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두 번에 나눠서 발파도 시도했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암석 일부만 툭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발파를 하면 밑에 우리가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또 고립돼 있거나 구조 중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굉장히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위쪽으로 올라가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하며 암벽 등반도 해봤지만 슬러지가 계속 떨어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갱도 내에 있던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 보기도 해봤지만, 반응은 없었습니다.

박 씨는 "체온 유지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보내서 우리가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극적 구조가 이뤄진 4일 밤 두 사람은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희망을 점점 잃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기력도 떨어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소진돼갔다"며 "구조된 날 점심쯤 처음으로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헤드 랜턴의 배터리가 소모되기 직전 상황까지 벌어졌고, 박 씨는 "랜턴 두 개 모두 불빛이 깜빡거리면서 꺼지려고 했다. 이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20여 분 뒤, 암흑천지 속 박 씨의 귓가에 폭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박 씨는 구조될 수 있겠단 생각과 함께 일단 동료 박 씨와 근처로 대피했는데 곧이어 불빛과 함께 "형님" 하는 소리가 갱도 내에 울려 퍼졌습니다.

구조 작업에 투입된 동료 광부가 그를 발견하고 달려온 것이었고 곧장 두 사람은 119 특수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확보된 통로를 통해 스스로 걸어서 탈출했습니다.

사고 발생 열흘째, 시간으로는 만 22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광부 2명이 지상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 (사진=소방청 제공, 연합뉴스)

박 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좋다"면서 "오늘도 못 나왔다면, 우리는 막장 안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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