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고가 나자 119에는 구조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인파와 교통 정체에 묶여 구조대의 현장 투입도, 환자 이송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은 화강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태원에서 첫 신고가 들어온 그제(29일) 밤 10시 15분으로부터 3분 뒤인 10시 18분, 이태원 초입인 녹사평역 교차로에 도착한 119구급차가 교통혼잡에 묶여 옴짝달싹 못합니다.
[김건후/목격자 : (이태원로가) 차선이 2개인데 사이렌을 켜고 있어도 차들이 아예 비켜줄 공간이 아예 안 보이더라고요.]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에, 길가에 불법 주차 차량까지 즐비해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차량 이동하세요, 앞으로 더 가세요.]
경찰이 이태원로를 통제하고 구급차 진입로 확보에 나선 건 밤 11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만큼 '골든타임' 안에 구조에 나서야 했지만 길이 막혀 손을 쓰지 못한 겁니다.
[소방당국자 : 다른 출동대들은 거기까지 접근하기가, 원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꽉 막히고 수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목격자 : 경찰들은 몇 명밖에 안 오지, 소방서에서도 몇 명밖에 안 오지, 답답하죠.]
인파를 뚫고 사고 현장에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마저도 핼러윈을 즐기려고 변장한 사람들로 착각해 위급상황에서 길을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목격자 : (경찰·소방대원) 그분들이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저게 진짜야?', '저것도 분장이겠지?'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경찰이든 누가 왔든 다 핼러윈 복장인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비키지도 않았고.]
이렇게 식별이 곤란한 상황을 막기 위해 경찰 아닌 사람이 경찰 제복, 또는 그와 비슷한 옷을 입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