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던 한 여성이 수육국밥을 주문한다며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알아챈 경찰이 다행히 이 여성을 구조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소리내 말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기자>
지난 20일,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경찰관이 전화를 받자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수육국밥을 주문하려 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느낀 경찰관이 "위급상황이냐?"라고 물었고, 전화기 너머에서 맞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던 20대 여성이 배달 주문을 하는 척하면서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신고 장소를 확인한 경찰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여성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최명예 경사/충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 : 이거 진짜 신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에, 이게 제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지난 5월 대구에서는 강제추행을 당하던 여성이 지인에게 전화하는 척하며 112에 신고해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경찰 : (어디야?) 신고자 분 위험한 상황인가요, 지금? (응.) 지금 도로에 서 계세요? (나 아직 흰색 구두 신고 있어서 발 아파.)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절차도 있습니다.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 전화기 숫자 버튼을 눌러서 피해 사실을 알리도록 경찰이 안내하는 '똑똑' 캠페인입니다.
대화가 곤란할 경우, 먼저 112에 전화를 걸고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이렇게 똑똑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요.
그러면 휴대전화로 '보이는 112' 접속 링크가 발송되는데 링크를 클릭하면 경찰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자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등 다른 범죄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도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